용광로의 안전밸브인 블리더를 열어 유해가스를 배출해 온 것이 드러나 행정처분을 예고 받은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는 소식이다. 시민들은 지자체가 갑작스럽게 행정처분을 예고한 데 대해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다. 고로를 가동한 이후 수십 년 간 고로 안전을 위해 지속적으로 블리더를 열어 가스를 배출해 왔는데도 자다가 깬 듯이 이제 와서 행정처분 예고라니 하는 반응인 것이다.

또한 시민들은 그간 포스코의 굴뚝에서 배출되는 물질이 모두 쇠를 식히는 과정에 나오는 수증기 정도로 생각했데 유해한 가스가 배출된다니 배신감마저 느낀다는 반응이다. 그간 포스코는 제철소 정문에 붙여 둔 구호처럼 ‘그린 & 클린(Green & Clean)’ 제철소인 줄로 알아왔는데 시민들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라는 것이다.

제철산업에서 고로에 주입된 수증기와 잔류가스의 안전한 배출을 위해 안전밸브인 블리더를 개방하는 방법은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의 철강사들이 쓰는 방법이며 독일, 일본 등 선진국에서도 동일한 방식으로 용광로를 정비하고 있다고 한다. 블리더 개방은 제철소 조업을 중지하고 문을 닫지 않는 한 해결 할 수 없는 근본적 문제라는 말이다. 결론은 국가 기간 산업인 철강 생산을 하려면 한 가지 밖에 없다. 배출 가스를 최소화 하고 조업을 하는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이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오는 2021년까지 대규모 환경개선 투자에 나선다니 지켜 봐야 할 것 같다. 포항제철소와 포항시가 14일 ‘깨끗하고 쾌적한 대기 만들기’를 위한 ‘대기개선 TF(Task Force)까지 발족했다. 블리더 문제에 어떤 지혜로운 대책을 찾을지 기대가 크다. 포스코는 환경 투자를 계기로 시민들의 환경 불안을 불식시켜야 한다.

포스코는 이번 TF 발족이 블리더 유해 가스배출 문제로 촉발된 제철소 환경 개선에 대한 사회적 요구에 등 떠밀려 마지못해 하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책임의식을 갖고 독일이나 일본 등 선진국들도 보란 듯이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주길 바란다. 특히 이번에 구성된 ‘대기개선 TF’가 환경·조업·정비·기술·연구 인력 등으로 조직 됐다니 포항제철소를 글로벌 최고 수준의 친환경 제철소로 만드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포항제철소의 대기개선 TF 발족과는 무관하게 경북도가 조업정지를 예정대로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환경부가 지난 12일 제철소 조업정지 행정처분과 관련해 제철소가 가동 중인 경북과 전남, 충남 등 지자체 관계자들과 회의를 갖고 협의체를 만들어 2, 3개월 안에 개선 방안을 찾기로 했다.

경북도가 환경부의 이 같은 조치에도 포항제철소에 대한 조업 정지 행정처분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환경부나 경북도가 환경단체의 반발을 의식해 교각살우(矯角殺牛·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이는)의 우를 법해서는 안 된다. 경북도는 청문 절차를 통한 포스코의 환경 투자 계획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하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현명한 판단을 내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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