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 활보하며 고성·욕설…BJ, 도 넘은 행동 시민 '눈살'
길거리 활보하며 고성·욕설…BJ, 도 넘은 행동 시민 '눈살'
  • 류희진 기자
  • 승인 2019년 06월 17일 20시 56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18일 화요일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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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흥미 유발 자극적 방송…가이드 라인·윤리 기준 강화해야
“감사합니다 형님들, 어떤 리액션이 보고 싶으신가요”

17일 오후 포항시 남구 대잠동의 한 공원.

엄마의 손을 잡은 어린아이와 어르신 등 많은 시민이 삼삼오오 모여 산책을 즐기는 공원 한복판에 건장한 남성 3명이 카메라를 향해 욕설을 내뱉으며 소리를 지르고 있다.

이윽고 이들 중 2명이 산책로에 엎드린 채 수 십m를 기어가기 시작했다.

이들의 근처를 지나가던 주민들은 얼굴을 돌린 채 걸음을 재촉하거나, 산책로를 벗어나 차도까지 거리를 벌린 뒤 먼 길을 돌아가기 일쑤다.

두 살배기 아들과 함께 점심 산책을 나온 한 시민은 “팔뚝에 문신이 가득한 남성 3명이 산책로 중간에서 큰 소리로 욕하는 모습을 보고 혹시나 하는 무서움에 시선을 피한 채 뛰어가듯 자리를 벗어났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청소년이 선망하는 직업으로 손에 꼽히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BJ)들의 도 넘은 행동이 지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BJ는 휴대폰과 카메라 등으로 방송을 송출하는 프로그램을 이용해 시청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시청자들의 후원을 받아 수익을 올린다.

후원금을 받는 과정에서 이들은 후원에 대한 보답으로 시청자가 원하는 우스꽝스러운 행동 등을 취하는데, 이 행동이 일명 ‘리액션’이라고 불린다.

하지만 BJ와 시청자 사이에서 이뤄지는 ‘리액션’이 애꿎은 시민들의 일상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이 밖에도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 ‘길거리 방송’이라고 검색하면 ‘홍대 길거리 헌팅 방송’, ‘강남 길거리에서 여성 헌팅해 술집으로’ 등과 같은 자극적인 방송 영상이 쏟아진다.

BJ들은 시청자들의 흥미를 위해 출연 동의를 받지도 않은 채 일반인들을 구경거리로 이용하는 실정이다.

길거리 라이브방송을 시청한 적 있는 유모(24)씨는 “일반인이 화면에 등장하면 BJ와 시청자들은 먼저 얼굴과 몸매를 평가한다”며 “대부분은 곧바로 자리를 떠나지만 채팅창에는 이미 이들의 외모가 점수로 매겨져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터넷 개인방송 사업자는 방송법상, ‘방송사업자’로 분류되지 않아 위와 같은 행동에 대해 처벌할 수 없다.

방송법상 방송사업자들의 경우, 공공성 심의규정과 자체심의규정 등에 따라 선정성과 폭력성, 혐오성 표현물을 생산할 수 없고 언어순화 등 원칙을 준수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인터넷 개인방송의 경우에는 방송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지켜야 할 원칙과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터넷 개인방송의 폐해의 심각성 등을 해결하기 위한 추가적인 입법조치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방통위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 관한 법률에 따라 개인방송으로 인한 문제에 대해 피해자 등이 심의신청을 할 경우 방송내용을 심의해 정보에 대한 삭제, 이용정지, 이용 해지 등을 해당 플랫폼에 요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1인 방송 시장이 확대되는 만큼, BJ들도 가이드 라인이나 윤리 기준을 강화해 방송을 진행해야 한다”며 “방통위에서도 인터넷 방송 사업자들의 자율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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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희진 기자 hjryu@kyongbuk.com

포항 남구지역, 의료, 환경, 교통, 사회단체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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