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 학비 몇 푼 거드니 아이들 등록금이 빠듯하다.
마을금고 이자는 이쪽 카드로 빌려 내고
이쪽은 저쪽 카드로 돌려 막는다. 막자
시골 노인들 팔순 오고 며칠 지나
관절염으로 장모 입원하신다. 다시
자동차세와 통신 요금을 내고
은행카드와 대출할부금 막고 있는데
오래 고생하던 고모 부고 온다. 문상

마치고 막 들어서자
처남 부도나서 집 넘어갔다고
아내 운다.

‘젓가락은 두 자루, 펜은 한자루…… 중과부적!’*
이라 적고 마치려는데,
다시 주차공간미확보 과태료 날아오고
치과 다녀온 딸아이가 이를 세 개나 빼야 한다며 울상이다.
철렁하여 또 얼마냐 물으니
제가 어떻게 아느냐고 성을 낸다.

* 마루야마 노보루 「뤼쉰」에서 빌려옴



<감상> 가진 것이라곤 젓가락은 두 자루, 펜은 한 자루뿐이므로 중구난방(衆口難防), 중과부적(衆寡不敵)의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저 많은 입들을 다 막을 수 없으니 마이너스통장은 늘어나고 앞으로도 들어갈 돈은 점점 불어납니다. 어르신 봉양하랴, 자식 키우랴 중년 중에 40%가 낀 세대로 제가 바로 이 부류에 속하니 마음이 짠합니다. 더 나아지려는 희망이 보이지 않기에 잠적하고 싶은 마음이 든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딸아이가 이를 세 개나 빼야 한다고, 아들이 휴대폰요금 대납해 달라고 화를 내니 웃어야 합니까, 울어야 합니까. 참으로 난감한 처지에 놓여 있는 중년의 신세여!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