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허성우 사)국가디자인연구소 이사장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민이 추천하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헌법적 가치와 신념이 튼튼한 인재를 영입해 정책과 비전이 강하고 힘찬 정당으로 혁신하겠다”고 밝히며 총선 승리를 강조했지만 친박이라는 영혼들로 인해 황 대표 발언이 허언이 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친박들은 당내 ‘현역 물갈이설’이 불거지자 또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예상된 일이지만 너무도 파렴치하다.

대한민국 정치사에 계파 갈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헌정 이후 대한민국 정치사가 70년에 달할 동안 다양한 여야 계파가 생겨났고, 계파 간 때로는 경쟁하고 때로는 협력하며 대한민국의 정당정치와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왔다. 그동안 대한민국 헌정사는 결단의 순간마다 사익(私益)보다 대의(大義)를 생각해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타협정신이 살아 있었다. 그러나 작금의 자유한국당 내 계파 갈등은 제살이나 깎아 먹는 카니발리즘(cannibalism)이 돼버린 지 오래다.

20대 총선, 19대 대선, 6·13 지방선거 등 역사상 유례없는 보수 야당의 3연속 대참패의 원인은 역사의 심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친박들의 밥그릇 싸움 때문이었다. 진박(眞朴)감별사 논쟁과 옥새 파동, 공천 학살 논란까지 한국당은 친박과 비박 간 밥그릇 싸움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몰랐다. 보수정치 붕괴라는 전대미문의 탄핵 사태를 겪으면서 어느 한 사람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이제 그것도 모자라 또다시 총선에서 살아남기 위해 당을 흔들려는 후안무치한 태도에 기가 찰 노릇이다.

친박이 누구인가.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당과 정부의 요직을 독차지하며 호가호위하고, 박 전 대통령의 후광으로 금배지를 달고 권력의 과실만 따 먹는 시쳇말로 빨대들이 아니었나! 지금 와서 친박 세력들이 문재인 정부를 향해 돌을 던질 수 있다고 보는가? 문재인 정부는 누구 때문에 탄생된 것인가?

과연 박 전 대통령은 옥중에서 친박의 염량세태(炎?世態)를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국민을 두려워한다면 이제 더 이상 박 전 대통령의 영혼을 팔아서 정치장사를 하겠다는 친박의 행태는 멈춰야 된다. 그것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위하는 길이다. 심판받을 자가 심판을 하겠다 하니 역사가 두렵지 않나? 결국 친박이 애국하는 길은 대한애국당에서 분열의 씨를 싹 트게 할 것이 아니라 국정농단 사태 책임을 지고 역사 속으로 사라져 주는 것이다. 그래야 보수가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 죽지 않으면 부활의 기회도 없는 법이기 때문이다.

보수의 분열은 선거 참패에서만 끝나는 일이 아니다. 보수의 몰락은 대한민국 정치의 균형 발전 차원에서 보면 큰 재앙이며 이는 곧 대한민국의 불행이다. 보수가 재건되어야 대한민국이 진보와 보수 간 선의의 경쟁 속에 대한민국이 발전할 수 있다. 때문에 황 대표는 친박 탈당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친박 탈당을 계기를 자유한국당이 발전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황 대표가 짊어지고 있는 중차대한 시대적 책무는 보수재건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동안 자유한국당이 자중지란의 내홍을 겪을 때마다 인선된 비대위원장들은 이구동성 취임 일성으로 ‘계파 정치 청산’을 약속했지만 결국에는 “사람 자르는 게 개혁이 아니다”라며 친박과 야합을 통해 번번이 개혁의 칼을 휘두르지 못했다. 황 대표가 자유한국당 입당 40여일 만에 당 대표로 등극할 수 있었던 것은 안정적인 리더십과 원칙을 바탕으로 계파 갈등을 청산하고 새로운 야당의 모습으로 정권 재창출의 청사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특히 국민들은 황 대표에게 친박에게 단죄의 칼을 휘두를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기대하며, “우리 스스로 당을 개혁하고 혁신하지 않으면 역사의 주체세력이 될 수 없다. 혁신을 주저하지 않겠다”고 한 황 대표의 굳은 의지에 신뢰를 보냈다. 때문에 황 대표는 흔들림 없이 단호하고 결연한 의지로 친박의 패권과 몽니에서 비롯되는 계파 갈등을 정면으로 돌파해야 한다.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처럼 이미 흘러간 물로는 물레방아를 돌릴 수 없듯이 황 대표는 ‘친박부활단죄’를 대한민국 보수재건의 첫걸음으로 여겨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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