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최병국 고문헌연구소 경고재 대표·언론인

벌써 총선이 시작됐다. 가칭 신공화당이라는 새 당이 곧 생긴다고 한다. 지난 17일 자유한국당을 탈당하고 대한애국당에 입당해 공동 대표로 추대된 홍문종 의원과 이 당의 유일한 국회의원인 조원진 당 대표가 주축이 돼 신공화당이라는 당명으로 출발한다는 소식이다. 홍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1호 당원으로 모시고 내년 총선을 치르겠다“고 밝혔다. 당명도 박 전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공화당’ 이름에 ‘신’(新)을 앞에 붙였다. 자칭 친박당이 깃발을 올렸다.

보수 우파층의 국민들은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지 선거판에 회오리바람으로 변할지 두고 볼 일이지만 뒤통수가 가볍지가 않다. 변수는 옥중에 있는 박 전 대통령의 처신에 달려있다. 지난해 박 전 대통령은 측근 변호사를 통해 자신을 잡아 넣은 문 정권보다 한국당 내의 탄핵파에게 더 많은 원심(怨心)이 있음을 토로 했었다. 홍문종 의원의 한국당 탈당과 신공화당 창당 선언이 ‘박심(朴心)’인지는 분명치 않으나 ‘때리는 시어머니 보다 말리는 시누가 더 밉다’는 박 전 대통령의 ‘원심’이 깃발을 올렸음을 여의도 정가에서는 분석들을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신공화당의 출현은 집권 민주당의 견제보다는 한국당의 몰락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내년 총선에서의 대한민국 보수 정치가 분열돼 종말을 맞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해진다.

보수 분열의 원초적 원인을 제공했던 박 전 대통령이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에 빠져 ‘아버지 대통령’이 일 궈논 대한민국 보수우파 토양을 걷어내고 있는 현 정권의 재집권에 일조를 할 우(愚)를 범할 가능성도 높아 보인다. 이런 정치공학적 분석을 하고 있는 여권에선 내년 총선에 임박해 야권 분열을 노려 박 전 대통령을 사면할 개연성도 높다.

박 전 대통령이 ‘현실정치 불개입’을 선언하더라도 한국당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친박 의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자택 문턱을 뻔질나게 드나들 것이다. 핵심 친박 홍문종 의원의 신공화당 창당 선언으로 TK에서는 벌써 ‘박근혜 마케팅’이 시작됐다. 사실상 2008년의 ‘친박연대’를 부활시키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벌써 몇몇 의원이 한국당에서 신공화당으로 말을 갈아탈 것이라는 소문들이 TK에서 나돌고 있다. 그러나 TK의 많은 주민들은 “언제까지 박 전 대통령을 팔아 정치를 하려 하느냐”며 일부 친박의 ‘우려먹기’ 행태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대구 출신 한 의원은 전화에서 “TK의 민심은 ‘친박연대’가 아니라 문 정권을 심판해야 한다는 ‘반문(反文)연대’로 뭉쳐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총선을 앞두고 공천에서 탈락할 위험이 있는 일부 의원이 구태하게 박 전 대통령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데 호응할 유권자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TK 민심은 홍 의원의 한국당 탈당이 오히려 ‘보수 대통합’의 촉매제가 될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이 같은 지역 민심과 동떨어진 탄핵 동조자들에 대한 사감(私感)에 치우쳐 신공화당을 발판삼아 ‘수렴청정’의 정치복귀를 노린다면 자신에게 백해무익의 나락(奈落)만 기다릴 공산이 커 보인다. 배신은 배신을 낳는다는 옛말이 지금의 박 전 대통령이 꼭 새겨 보아야 할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내년 총선을 겨냥해 지난 4일 경제대전환위원회를 출범시켰다. 77명으로 구성된 위원들 대부분이 한국당 초·재선의원과 교수, 정치인들로 꾸며졌다. 경제대전환위원회의 면면들을 보면 황 대표의 내년 총선 인재풀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현역 의원 28명은 대부분 전문성과 활동성이 강한 초·재선들로 짜여져 3선 이상의 중진들은 거의 배제 됐다.

내년 공천의 대대적 물갈이를 예고하는 듯 하다. 내년 총선의 성패는 여야 구분 없이 물갈이를 어떤 인물로 얼마만큼 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국민의 물갈이 요구가 거세다. 신공화당의 창당 소식 속에 황 대표가 재창당 수준의 인재 영입을 강조하고 있고 바른미래당과 대한애국당 등과 얽히고설킨 이 혼란의 정치 함수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한국당의 생사가 달려 있다고 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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