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의 인문학] 마스크
[돌봄의 인문학] 마스크
  • 최영미 시인·포항대학교 간호학과 겸임교수
  • 승인 2019년 06월 20일 16시 09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21일 금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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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미(최라라)시인·포항대학교 간호학과 겸임교수
최영미(최라라)시인·포항대학교 간호학과 겸임교수
최영미(최라라)시인·포항대학교 간호학과 겸임교수

 

초미세먼지가 우리나라 전역을 뒤덮으면서 마스크의 열풍이 일어났다. 홈쇼핑 등에서는 각종 마스크를 앞다투어 소개하고 초미세먼지를 얼마만큼 막아내는지에 대한 광고에 열성을 다했다. 그 후 차츰 진화한 마스크가 등장하였는데 모양이나 크기, 색상 등이 다양하여 어떤 이들은 위생의 개념이 아니라 패션의 일부로 그것을 활용하는 즈음에 이르렀다.

마스크는 가면이라는 의미도 있다. 연극이나 각종 연예활동에 쓰일 때는 그런 개념으로 쓰이는 게 보편적이다. 그 외 일반인들에게 마스크는 대부분 위생용품의 개념으로 쓰인다. 감기에 걸렸을 때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혹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사용하며, 면역에 취약한 환자가 자신을 보호하려는 개념으로 마스크를 착용한다. 순전히 위생용품이라는 취지다. 하지만 초미세먼지가 극성을 부리고 난 뒤 마스크는 그 용도가 달라졌다.

수업 시간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등장하는 학생들이 늘어났다. 처음에는 감기나 다른 건강의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는데 자꾸 그 수가 늘어나서 한 학생에게 물었다. 그런데 의외의 대답을 하는 것이었다. 소위 ‘생얼’이라서 마스크를 착용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수업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타나는 학생들 대부분이 화장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처음에는 여학생들 사이에 그렇게 유행처럼 번지던 것이 최근에는 남학생들까지 가세하여 마스크를 착용하고 강의실에 앉아있는 일이 다반사다. 초미세먼지로 환경이 사회적 골칫거리가 된 동안 젊은이들은 자신에게 맞는 용도로 탈바꿈시켜 마스크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마스크를 착용한 학생들과는 눈을 마주치기가 어렵다. 화장을 안 한 학생들은 얼굴의 대부분을 가릴 만큼의 큰 마스크를 착용한다. 그들의 눈을 볼 수 없으므로 시선이 어디로 향해있는지 볼 수도 없고 그들의 생각을 짚어보는 일 또한 불가능하다. 사람은 눈으로 소통한다. 눈을 읽고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고 같이 감동하거나 슬퍼하는 등의 감정을 공유한다. 그런데 그 통로가 마스크로 인해 막혀버린 것이다.

가면은 여러 용도로 쓰일 수 있다. 내 마음을 상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을 때 쓸 수도 있지만 상대방을 아는 척하고 싶지 않을 때도 사용이 가능하다. 지금 학생들이 사용하는 마스크는 위생용품으로서의 용도보다는 가면의 개념이다. 자신을 가리고 상대방으로 하여금 자신을 알아채지 못하게 하려는 용도로 쓰는 것이다. 화장을 하는 것이 자신을 한껏 드러내고자 하는 의도라면 마스크는 그 반대 개념에 해당한다. 개인의 개성이 중요시되고 그것을 최대한 북돋워 주고자 하는 것이 현대 교육의 실용적 목표이기도 하지만 똑같은 마스크를 착용하는 학생들이 자꾸만 늘어난다면 그것은 다시 몰개성화 현상이 될 것이고 그것은 오히려 단절이라는 사회적 병폐를 생산해 낼 수도 있다. 최근 마스크를 착용하고 매스컴에 등장하는 인물은 부정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하루빨리 벗어던지라고 하고 싶은 것이 그것이다.

최근 초미세먼지에 대한 위험도는 낮아졌다. 그렇지만 또 언제 극성을 부릴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은 건강에 대한 위협과 마스크를 낳고 갔다. 그사이 어쩌면 우리는 자신을 한껏 가리는 일에 익숙해져 버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든 자신을 온전히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우리는 그 어느 것도 가릴 수 없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렸다고 해서 자신까지도 속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벗고 당당히 아침을 맞는 일이 훨씬 생산적이라는 사실도 누구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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