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생각하는 밤
그림자를 생각하는 밤
  • 정호승
  • 승인 2019년 06월 23일 15시 54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24일 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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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그림자는 단 한 번도
새의 그림자가 되어본 적이 없습니다

사람의 그림자는 단 한 번도
나무의 그림자가 되어본 적도
눈사람의 그림자가 되어본 적도 없습니다

그러나 새의 그림자는 사람의 그림자가 되어
푸른 하늘을 멀리 날아갈 때가 있습니다

나무의 그림자도 사람의 그림자가 되어
어머니를 잃은 당신을
등 뒤에서 고요히 껴안아 줄 때가 있습니다

눈사람의 그림자도 사람의 그림자가 되어
어머니의 그림자와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먼 골목길을
천천히 걸어갈 때가 있습니다





<감상> 사람은 자신의 그림자 외에 어떤 그림자도 가진 적이 없습니다. 어머니는 새의 그림자로 푸른 하늘을 향해 멀리 날아갔습니다. 죽음의 그림자는 바로 새의 그림자를 가질 때가 되었음을 일러준 것이지요. 나무의 그림자는 어머니를 잃은 나를 등 뒤에서 껴안아 위로해줄 때 생깁니다. 느티나무와 플라타너스는 살아생전에도 넓은 그림자를 자식에게 펼쳐주느라 속이 여물다 못해 겉까지 울퉁불퉁 합니다. 눈사람의 그림자도 돌아가신 어머니의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 골목길을 함께 걸어가는 꿈을 보여줍니다. 햇살 받으면 눈사람의 그림자가 사라지듯, 어머니의 그림자는 이내 멀어지고 아련해 집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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