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정책 뒤집기를 하고 있다. 전 정권 때 공인된 검정절차를 거쳐 부산 경남 울산과 경북 대구 자치단체장들이 한데 모여 서명해 결론 난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총리실에서 재검증하기로 했다. 그것도 경북과 대구지역 자치단체장은 쏙 빼고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부산시장 경남지사 울산시장과 국토교통부 장관이 김해신공항 안을 총리실에서 재검증 한다는 합의문을 공표한 것이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밀양 신공항 건설을 주장하는 경북 대구 지역과 가덕도 공항을 주장하는 부산 경남지역이 10년 간 갈등을 겪은 끝에 합리적 결정을 낸 문제다. 막대한 예산을 들여 프랑스의 전문 업체에 타당성 용역조사를 맡겨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나 2016년 5개 자치단체장이 승복, 기념사진까지 찍었던 문제다. 국토부는 오는 2026년까지 김해공항 활주로 추가 건설 등을 완료하겠다고까지 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정부가 ‘10년의 갈등’을 다시 점화하고 있다. 경북과 대구는 ‘김해공항 확장’ 결론 이후 대구에 있는 군사공항과 민간공항의 통합 이전 작업을 착착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방부 장관과 대구시장 등이 이달 말까지 이전부지 선정위원회를 열어 이전지역 지원 방안과 종전 부지 활용 방안을 심의 의결할 예정이다. 이어 7월에는 경북도와 이전 후보 지자체(군위·의성군)와 본격 협의를 벌이고, 국방부와는 이전부지 선정 절차와 기준을 만들 계획이다.

이런 상황인데도 정부가 ‘김해공항’ 총리실 재검증을 결정했다. 그동안 특별히 국가적 상황이 바뀐 것은 없다. 변한 것은 정치적 이해관계가 바뀌었을 뿐이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부산과 경남, 울산의 광역 자치단체장이 모두 민주당 소속으로 변했다. 또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승패의 핵심 지역이 될 부·울·경의 민심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경북과 대구는 민주당이 표를 얻기 어려운 지역이기 때문에 포기하고 ‘영남권 갈라치기’를 하겠다는 속셈이 드러나고 있다. 경북과 대구 지역민들은 정부가 ‘김해공항 총리실 재검증’을 통해 김해공항 확장 청사진을 찢어버리고, 가덕도 공항 건설 주장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직감하고 있다.

지난 2월 13일 부산에서 열린 ‘스마트시티 혁신전략’ 보고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부산지역 경제인들 앞에서 신공항 재검토 시사 발언을 했다. 대통령이 직접 동남권 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총리실 차원에서 검증하겠다”고 밝힌 것이 그대로 현실화 된 것이다.

자유한국당 대구경북발전협의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이 같은 정부의 불신 정책에 대해 “정치 논리로 뒤집히는 정책이 다름 아닌 적폐”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반응이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5개 자치단체 합의하고 정부도 동의한 사안을 총리실이 일방적으로 깰 수 없다”고 성토했다. 정부는 정책 신뢰성을 크게 훼손하는 ‘총리실 검증’을 당장 접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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