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 마늘을 쓰니까 맛있지예"…할매 손맛 더해 맛있는 즐거움

의성전통시장 입구.

경북의 한가운데 위치한 의성은 예로부터 각종 물자의 교류가 활발했다고 한다. 의성을 중심으로 안동, 문경, 상주, 구미, 대구 등 주요 도시들에 둘러싸고 있는 모양이다. 지금도 중앙고속도로가 의성을 관통하고 있으며, 상주-영덕 고속도로도 의성 위에 놓여 있어 접근성이 좋은 지역이기도 하다. 한때 농촌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침체되는 분위기였으나 각종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과 지역의 관광콘텐츠 증가로 시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인근의 빙계계곡이나 조문국 사적지, 산수유마을 등의 관광 콘텐츠 보강은 방문객들의 유입을 늘리고 동시에 시장도 활성화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거기에 작년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전국민적 영웅으로 등장한 ‘영미 영미’의 컬링 국가대표팀 덕분에 의성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 것도 한몫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의성의 최대 특산품인 ‘의성마늘’은 의성시장을 중심에서 견인하고 있다.

의성은 지역의 주요 특산품 5가지를 선정하여 ‘의로운 5형제’라는 브랜드를 입혔다. 오형제는 장남인 황토쌀부터 옥사과, 의성마늘, 의성청결고추, 의성자두 순서이다. 캐릭터를 만들고 스토리를 얹었지만, 마늘 이외에는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은 듯하다.

의성전통시장 전경.

오일장이 서는 날은 2일, 7일로서 그날엔 시장은 더욱 풍성해진다. 의성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품들 뿐만 아니라 수산물과 각종 공산품까지 볼거리와 먹거리가 가득하다. 의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오일장 장날에 맞춰보길 권한다.

의성전통시장 각종 먹거리.
의성전통시장 꽈배기 판매점.

전통시장의 재미는 바로 다양한 먹거리에 있다. 의성전통시장에서도 다른 시장에서 볼 수 있는 먹거리는 모두 갖추고 있다. 그중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꽈배기와 핫도그 판매점인데 만들어내기가 무섭게 팔려나가고 있다.

즉석해서 볶는 땅콩

한쪽에서는 땅콩을 즉석에서 볶아 판매하고 있다. 기계로 땅콩을 볶는 모습은 아이들에게 신기한 풍경으로 다가온다.

의성전통시장 우뭇가사리 콩국

우뭇가사리 콩국이 2ℓ에 5000원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콩국 우뭇가사리 해초를 녹여 만든 우무(묵)은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칼로리가 거의 없으며, 고소한 콩국과 어우러져 여름철의 별미로 꼽힌다. 그외에 시원한 감주와 슬러시, 추억의 국화빵도 시장의 먹거리를 다양하게 해준다.

의성전통시장 소떡

아이가 소떡을 손에 쥐고 있다. 소떡은 소시지와 가래떡을 번갈아 꿰어놓은 먹거리인데 어느 방송 프로그램에서 소개가 되어 고속도로 휴게소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간식이다. 그 이후로 전국 어디가나 소떡 열풍을 확인할 수 있고, 지금도 그 인기는 여전하다. 바로 콘텐츠의 힘이다.

의성마늘

마늘은 의성 지역의 특산물로서 전국적으로도 유명하다. 마늘은 가을에 파종하여 혹독한 겨울을 보낸 뒤 여름이 되기 전에 수확을 한다. 뛰어난 항암효과 등으로 세계 10대 건강식품에 선정되기도 한 슈퍼푸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단군신화에서도 등장했을 만큼 오랫동안 우리네 건강과 음식맛을 담당한 식재료이기도 하다. 예로부터 의성 지역은 비옥한 토양과 마늘이 자라는 최적의 기후를 가지고 있어서 효능이 좋기로 알려진 ‘육쪽마늘’을 재배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는 지역이다. 그래서 타지역 마늘보다는 시세가 높게 형성되어 있음에도 인기가 높다.

의성전통시장 먹거리 골목.

먹거리골목은 시장골목과는 별채의 건물로 떨어져 있다. ‘골목’이라고는 하지만 건물의 복도가 전부이며 분주한 시장통과는 달리 다소 썰렁한 모습이다. 하지만 이곳에 의성 시장 최고의 먹거리가 있다. 바로 ‘닭발’이다. 먹거리 골목에는 서너 개의 닭발 전문점이 자리 잡고 있으며 썰렁했던 복도와는 달리 각 매장안엔 손님들이 가득하다.

의성전통시장 원조닭발.

각 닭발집들에서는 굽기 전담 직원이 가장 분주하다. 그들의 앞에는 연탄화로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미리 양념과 초벌되어진 닭발이 한가득 쌓여 있고, 주문을 받자 저울로 그램수를 재어서 석쇠에 올린다. 능숙한 손놀림으로 석쇠를 뒤집으면서 닭발에 불향과 맛을 입힌다. 양념이 되어 있는 닭발이어서 자칫하면 까맣게 태울 수도 있기에 석쇠구이는 전문기술을 요하는 작업이다. 매장 안에도 손님이 가득하지만 테이크아웃 손님도 많아 이 무더운 날씨 속에서 아주 바쁘게 일하고 있다.

의성전통시장 할매닭발.

닭발집 가운데 가장 인지도가 있는 곳이 바로 ‘할매닭발’이다. 가게 입구에는 TV에 소개가 되었다는 게시물이 붙어 있는데, 그 게시물에서 본 ‘할매’가 매장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계신다. 다소 불편해 보이는 걸음걸이로 매장 손님도 둘러보고, 주방도 살펴보고, 연탄불도 굽어보며 매장 전체를 진두지휘하고 계시는 선장의 모습이다. 주문한 닭발을 기다리며 할매가 조금 한가하실 때를 기다려 인사를 드린다. 올해 연세가 여든이라고 하신 할매는 이곳에서 장사를 하신 지 무려 45년이 되었다고 하신다. 그때는 지금보다 닭발집이 더 많다고 한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사진 한 장을 부탁한다. 필자뿐만 아니라 이곳에 소문을 듣고 온 손님들이 ‘인증샷’을 많이 찍어간다고 하신다.

할매닭발 사장님

의성에 왜 하필 닭발이 유명한 것일까. 할매에게 그 이유를 여쭈어본다. 그러자 연탄불에 닭발을 굽던 직원이 말을 보탠다.

“의성 마늘을 쓰니까 맛있지예.”

할매닭발

할매닭발은 의성에서 생산되는 마늘과 고추만을 사용한다고 한다. 최고의 식재료로 만들었으니 특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1차산업에서 생산된 제품이 고스란히 지역 내에서 2차산업으로 소비가 되고, 3차산업과 융합이 되어 지역의 주요 상품이 되는 선순환의 좋은 예이다.

의성전통시장

할매의 말씀으로는 이곳에서 닭발을 오래 했기 때문에 닭발이 유명하다는 이야기밖에 듣지 못했다. 그 외에는 왜 의성전통시장에서 닭발이 유명한 음식이 되었는지 찾지 못했다. 맛이 좋기 때문에 40년 이상 자리를 지킬 수 있었고, 주변에 같은 업종의 가게들이 클러스터를 이루고 골목이 형성되었다. 할매는 의성전통시장에 닭발 골목을 만들고 지켜온 공로자 중 한 명이며 의성시장의 살아있는 역사이기도 하다.

전국 곳곳의 ‘할매’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그 할매들이 지켜온 전통시장은 후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치이며, 대형마트나 백종원 프랜차이즈보다 더 강력한 콘텐츠의 핵심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의성전통시장 족발 판매점
과자류
이재락 시민기자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