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 박사
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정치학 박사

5년 전 우연한 기회에 김제동 노브레이크 대구공연을 관람했었다. 약 2시간에 걸쳐 대본 없이 진행하는 노브레이크 토크쇼는, 청중과 함께 잠시도 쉬지 않고 웃음을 제공하였다. 어쩌면 말을 저렇게 잘할까. 어쩌면 청중들이 듣고 싶은 말을 저렇게 잘 쏟아 낼까. 고액의 입장료였지만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의 훌륭한 무대였다. 사람마다 타고난 재주도 다양지만 입담 하나로 대중을 쥐었다 폈다 하는 능력은 아무나 가진 기술은 아니다. 타고난 재능과 후천적인 노력이 배가되지 않으면 그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한다. 더구나 다채로운 색깔로 포장하는 임기응변적인 언어의 기술은 그만이 가진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되지 않으면 절대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했다.

사회의 발전과 삶의 질의 향상은 늘 새롭고 진보된 대중문화를 요구한다. 수없이 많은 대중문화가 우리에게 전달되며 호흡하는 것도 소통하고자 하는 인간의 사회적 본능 때문이다. 언어는 생각이나 느낌을 전달하는 의사소통이며 감정을 교감하는 첫 번째 수단이다. 따라서 언어의 사용능력인 입담 하나로 대중과 교감하며 웃고 울리게 할 수 있는 것은, 소통하고 있다는 증거이며 많은 사람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지방의 자치단체가 방송인 김제동씨 초청강연에 1550만 원의 고액을 지급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방송인 김제동씨의 출연료와 강연료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당연히 구청과 시민단체들은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반박에 나섰지만, 논란은 강연료 환수와 감사원 감사 촉구로 이어지고 있다. 구청의 열악한 재정 자립도와 경제 위기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비합리적인 처사라는 주장도 일리는 있지만, 대부분의 연예인이 축제에 초청되어 노래 몇 곡을 부르고 몇천만 원을 받는 것과 비교하면 과하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그것은 연예인 특성상 출연료를 혼자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연예인의 인기에 따라 출연료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는 김제동씨는 독특한 형식의 토크쇼를 개척하면서 이전까지는 윤도현. 김C와 같이 활동했다고 한다. 이른바 좌파 연예인 사단이다. 박근혜 정부 시절 작성된 문화계 블랙리스트는 정권비판세력에게 재갈을 물리는 동시에, 좌파 연예인으로 낙인을 찍었다. 많은 연예인이 섭외에서 제외되고 급기야 무대를 떠나야 했던 그 시절, 김제동씨는 비판적 내용과 사회현실을 해학적으로 풍자하여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좌파 연예인이라는 낙인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의 소신을 분명히 하여 억눌린 많은 사람들에게 대리만족과 카타르시스를 제공하였다. 이후 그는 문화계 블랙리스트 대상에서 성공한 연예인으로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지위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적절한 비교인지 몰라도 시장경제는 가격의 차별화가 존재한다. 즉 같은 종류라도 품질과 가치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는 이야기이다. 정치인, 기업인, 운동선수, 연예인, 마찬가지이다. 역량과 가치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초선 정치인과 5선 국회의장의 체급이 다르듯 연예인의 출연료도 천차만별이다. 손흥민 선수의 주급이 2억이 넘고 워랜버핏과 함께하는 점심 한 끼가 54억이다. 그렇다고 본다면 김제동 출연료 논란은 비판적 발언에 대한 정치권의 괘씸죄라는 생각이다. 사회적 비판과 풍자는 듣는 사람에 따라 불편할 수도 통쾌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불편하다고 해서 등장되는 이슈라면 정치적 공세일 수밖에 없으며, 출연료로 통제하려는 문화계의 길들이기로 의심할 수 있다. 물론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지자체의 성급한 행동도 비판받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자기중심에서 상반된 주장과 논리를 배척하려는 정치권의 주장에 고액 출연료 논쟁은 설득력을 잃는다. 6월 임시국회가 개회했지만 여전히 자유한국당의 불참으로 공전 중이다. 등원하지 않고 일하지 않으며, 세비를 받아가는 염치없는 정치인의 입장에서 김제동의 고액출연료가 과연 비판과 논쟁의 대상이 될 수는 있을까 의문이다. 김제동 고액 출연료에 대해 법륜 스님이 반문하셨다고 한다. “김제동씨가 강사입니까. 연예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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