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
등불
  • 오봉옥
  • 승인 2019년 06월 24일 15시 39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25일 화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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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환한 등불 본 적 있나요
개미 두어 마리가 죽은 나방을 움켜쥐고
영차 영차 손잔등만 한 언덕을 기어오를 때
공놀이 하던 한 아이가 잠시 가던 길을 비켜 줍니다
순간 개미의 앞길이 환해집니다

이렇게 빛나는 등불 본 적 있나요
일곱 살짜리 계집아이가 허리 꺾인 꽃을 보고는
냉큼 돌아서 집으로 달려가더니
밴드 하나를 치켜들고 와 허리를 감습니다
순간 눈부신 꽃밭이 펼쳐집니다

오늘 나는 두 아이에게서 배웁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등불이 될 수 있다는 걸.





<감상> 아이는 어른의 아버지라고 시인은 두 아이에게서 배웁니다. 우리 모두 누군가의 환한 등불이 될 수 있음을. 가던 길을 비켜주니 개미의 앞길이 환해지고, 꺾인 꽃을 세우니 눈부신 꽃밭이 펼쳐집니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측은지심(惻隱之心)과 수오지심(羞惡之心)은 점차 사라지고 맙니다. 각박한 세상 탓, 자신의 출세 탓이라고 변명하지 맙시다. 최소한 남의 앞길을 막고, 약한 자의 허리까지 짓밟아서야 되겠습니까. 직장에서 은퇴하면 순수한 어린 아이로 돌아가는 반면에, 더 치졸하고 욕망의 덩어리로 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양자 중에 전자로 돌아가려면 얼마나 바른 마음과 뜻으로 수신(修身)해야 할까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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