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침묵으로 일관…경북·대구, 대정부 투쟁
'영남 보수' 변화 불가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영남권 신공항’ 논란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보수진영의 분열 현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논란이 지속될 경우 경북·대구지역의 정치지형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신공항의 역사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동남권 신공항의 필요성을 언급하고 2006년 공식 검토를 지시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보수의 주류인 부산·울산·경남(PK)과 경북·대구 세력 간 균열이 생겼고 이어진 각종 선거에서는 여야는 물론 한국당 내에서도 보수분열을 부추기는 단골 메뉴로 등장했다.

실제 지난 20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PK 광역단체장과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 박근혜 정부에서 결정한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건설 타당성을 총리실에서 검증하겠다는 합의를 이루자 보수의 본산으로 불리는 경북·대구는 대정부 투쟁을 선언했다.

하지만 부산·울산·경남의 보수세력은 침묵으로 일관하면서 동남권 신공항으로 또다시 보수가 분열의 갈림길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권의 부·울·경 민심잡기가 본격화되는 반면, 상대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경북·대구 패싱 현상이 노골화되면서 지역 정치권에도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당장 여당인 민주당 소속 김부겸(수성갑·4선), 홍의락(북구을·재선), 김현권(비례대표) 의원을 비롯한 내년 총선 출마예정자들은 “현 정권이 경북·대구를 버렸다는 여론이 확산되면 민주당의 몰락은 불 보듯 뻔하다”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김부겸 의원은 “5개 지자체가 합의하고 정부가 결정한 사안을 총리실이 일방적으로 깨는 것은 문제다”라고 지적했고, 홍의락·김현권 의원 역시 “형식적인 절차도 없이 총리실이 결정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처럼 지역 민주당 인사들이 강력 반발하는 이유는 경북·대구가 한국당의 지지기반이 강한 지역인 데다 경제 상황 악화로 여권을 겨냥한 역풍이 강하게 불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당 내에서도 난감한 기류가 역력하다.

지역 의원들은 500만 경북·대구 시·도민과 함께 대정부 투쟁을 벌이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도부는 부·울·경의 새로운 관문공항 건설 여론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자신들의 최대 지지기반인 경북·대구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년 총선 공천의 열쇠를 쥐고 있는 황교안 대표는 취임 직후 김해신공항 고수 입장을 밝혔지만 최근 들어 신공항 이슈에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공천을 염두에 둔 지역 출마예정자들은 지역 여론과 당 지도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영남권 신공항 논란으로 불거진 지역민들의 반발이 확산되면서 내년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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