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 처리 '빨강불'

여야의 극한 대치 속에 공전을 거듭해 온 국회 본회의가 24일 오후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경 시정연설 등으로 마무리 되자 의원들이 회의장을 나서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불참했다. 연합
자유한국당은 24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어 국회 정상화 관련, 여야 원내대표 합의안을 논의했으나 추인이 불발됐다. 이로써 80일 만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국회 정상화는 또다시 미뤄지게 됐다.

이에 따라 6월 임시국회 본회의 첫 일정인 이낙연 국무총리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시정연설은 한국당 의원들의 불참 속에서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여야 교섭단체 3당 원내대표의 6월국회 의사일정을 포함한 국회 정상화 합의가 제1야당의 반대로 부결됨에 따라 국회 정상화는 기약 없이 미뤄질 전망이다. 특히 추경을 심사할 국회 예산결산특별원회의 위원장 몫이 한국당이라는 점에서 7월 내 추경 처리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민주당 이인영·한국당 나경원·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는 24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을 열고 6월 임시국회 의사일정을 포함한 국회 정상화에 합의했다.

여야 3당 원내대표들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들의 합의 정신에 따른 처리 △6월 국회에서 추경 처리·재해 추경 우선 심사 △국회의장 주관 경제원탁토론회 개최 등 핵심 쟁점에서 접점을 찾아 합의문을 도출했다.

여야는 각각 의원총회의 합의안 추인 절차 이후 이날 본회의에서 정부의 추경 시정연설을 듣기로 했으나 한국당 의총에서 추인에 제동이 걸렸다.

나경원 원내대표 등 당 소속 의원들 이날 오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다수의 의원은 6월 국회 의사일정 합의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이 조금 더 분명한 합의가 있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며 “당의 입장에서는 추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여야 3당 원내대표 간 합의안 추인이 불발된데 대해 맹비난을 쏟아냈다.

특히 여당인 민주당은 한국당이 자당 원내대표가 서명한 합의문을 의총에서 추인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합의를 뒤집었다며 ‘의회주의에 대한 몰이해’, ‘국회 무시 발상’ 등 강한 비판을 퍼부었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합의와 절충, 타협으로 진행돼야 하는 의회주의에 대한 몰이해이자 전면 부정”이라며 “나 원내대표가 최선을 다했는데, 한국당 안에서 합의를 뒤집는 것은 국회 정상화를 바랐던 국민 여망을 정면으로 배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야3당도 논평을 통해 한국당을 성토했다.

바른미래당 김수민 원내대변인은 ‘세상 철부지에게. 국회 파행, 자유한국당이 책임져야’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국회 정상화 합의 추인 실패에 대해 깊은 실망감과 유감을 표한다”며 “결국 드러난 한국당의 목표와 속내는 ‘국회 정상화 반대’”라고 지적했다.

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합의를 번복하는 것은 제1야당, 공당으로서의 도리가 아니다”라며 “원내의 나 원내대표와 원외의 황교안 대표간 싸움의 결과라고들 한다”고 했다.

정의당 정호진 대변인은 “한국당 의원들의 무위도식 연장, 즉 ‘놀고먹는 국회’의 연장 선언”이라며 “일을 하지 않겠다면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된다”고 말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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