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나무 아래를 지나다
울음 나무 아래를 지나다
  • 문성해
  • 승인 2019년 06월 25일 15시 45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6월 26일 수요일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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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울음 아래를 / 자전거로 지나는데
울음의 밑은 / 참 서늘하군요

흔치 않아요 이렇게
울음의 축축한 지붕 밑을 지나는 일은,
거대한 목청 아래를
뚫고 달리는 일은,

한때 목련꽃이 환했던 이 나무
그 때의 꽃들도 / 다 한 떼의 울음이었죠
울음이 차있던 / 나무의 그늘은
유독 짙죠

혼자 선잠에서 깨어나
길게 길게 울던
홑 여덟 살의 마루

마당을 / 무릎으로 기어가던 어스름이
듣던 내 울음도 이랬을까요
그래서 돌아보고 돌아보고는 했던 걸까요





<감상> 나무는 다 울음을 지니고 있어요. 여름날엔 매미 울음을 가득 채우기에 그늘도 참 서늘하지요. 밑동에서 위를 쳐다보면 나무가 거대한 목청을 지니고 있지요. 지상뿐만 아니라 하늘의 울음소리까지 모두 쟁여 넣으려고 속까지 환하게 보여 주지요. 꽃은 나무가 피우는 한 떼의 울음이므로 그 그늘이 유독 짙죠. 어릴 적 시인의 울음소리도 지붕 아래인 마루이었을 겁니다. 어스름이 듣던 나의 고독한 울음소리도 아마 서늘하고 짙었을 거예요. 그래서 울음 가득한 곳을 자꾸 되돌아보는 버릇이 생겼을 테죠.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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