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미국발 금융 위기가 발생했다. 당시 미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의 도덕적 해이가 부각되면서 ‘살찐 고양이(fat cat)’란 말이 나왔다. 이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금융위기가 발발하기 80년, 지금으로부터 90년도 더 전이다. 1928년 저널리스트 프랭크 켄트가 쓴 ‘정치의 행태(Political Behaviour)’에서 처음 사용한 이후 널리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살찐 고양이’는 원래 정치자금을 많이 바치는 부자나 특권을 누리는 부자들을 상징했다.

금융위기 속에 직원들은 임금 삭감과 구조조정에 내몰리는데 정작 경영에 실패한 경영진은 고액 연봉과 퇴직금을 챙기는데 대한 비판이 일었다. 이후 ‘살찐 고양이’는 탐욕스럽고 배부른 기업가, 많은 보수를 챙기는 CEO를 가리키는 말로 의미가 확장됐다.

2000년대 이후 프랑스, 스위스에서 ‘살찐 고양이’에 대한 임금 통제 여론이 일었다. 이른바 ‘살찐 고양이법’제정이 추진된 것이다. 프랑스는 2012년 공기업의 연봉 최고액이 해당 기업 최저 연봉의 20배를 넘지 못하게 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스위스도 2013년 경영진의 보수를 주주총회가 결정하도록 하고, 지나친 퇴직 보너스를 금지하는 법안을 국민투표로 통과시켰다.

지난 2월 부산시의회가 전국 처음으로 지방공기업의 보수 상한선 조례를 만들기로 해 ‘살찐 고양이법’이 다시 불려 나왔다. 일명 ‘살찐 고양이 조례’로 불리는 ‘부산시 공공기관 임원 보수기준에 관한 조례’는 상위법 위반 소지 논란이 있었지만, 행정안전부가 이를 수용해서 시행에 들어갔다.

대구시 산하 공기업 기관장들이 ‘살찐 고양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구엑스코 노동조합은 지난해 사장의 총보수가 2억 원을 넘는다며 공익신고를 했다. 대구도시철도공사, 대구도시공사, 대구시설공단, 대구환경공단의 기관장 기본 연봉도 최소 9600만 원에서 최고 9800여만 원 수준이어서 성과급과 복리후생비 등 추가 수당을 합하면 1억 원을 훨씬 넘는다고 한다. 대구시도 부산시처럼 ‘살찐 고양이조례’를 도입해 볼만하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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