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관식 대구지방경찰청 집회시위자문위원
박관식 대구지방경찰청 집회시위자문위원

매년 이맘때쯤 대구에서는 특정행사를 두고 갈등이 표출된다. 10여 년이 흘렀어도 행사를 성황리에 개최하려는 주최 측과 방해하려는 반대 측 간의 마찰을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반복된다. 대구퀴어문화축제다. 퀴어(queer)란 ‘기묘한, 이상한’ 이라는 뜻으로, 최근에는 성 소수자 문화를 포괄하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퀴어축제를 두고 주최 측은 평소 사회적 차별로 인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하는 성 소수자를 위해 1년에 한 번 개최하는 인권행사라 하고, 반대 측은 사회적 혐오대상인 동성애 확산을 위한 행사라며 극구 반대하고 있다.

사람은 누구나 차이가 있다

겉으로 드러나는 신체적 모습뿐 아니라 성격, 재능, 취향, 종교, 의견이 똑같지 않다. 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형제자매는 물론 일란성 쌍둥이라도 그렇다. 특히 무엇이 좋은지에 대한 개인적 취향이라는 면에서 보면 더욱더 차이가 날 것이다.

나와의 다름에 대해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상대의 입장에 두 번 서보면 오해가 풀려 이해가 된다고 한다. 우선 상대와 의견을 바꾸어보는 역지사지(易地思之)를 제안하고 싶다.

살아오면서 한 번쯤은 부모님, 선생님, 친구, 상사 및 동료로부터 다른 사람과 차이 나는 나만의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 받아 왜 나를 인정해 주지 않느냐며 가슴 아파하며 눈물을 흘린 기억이 있을 것이다. 나아가 다를 뿐인데 틀리다고 공격받고 그로 인해 부당·불합리하게 느껴지는 처우를 받고는 차이를 인정해주지 않음에 원망하고 분개하고 마음의 큰 상처를 가진 적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기억이 있음에도 현재의 나는 다름을 틀림으로 규정하며 차별하고 있진 않은가.

다음으로 상대에 대한 배려를 제안하고 싶다.

아무리 내게 좋은 것이라 하더라도 상대가 싫어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 배려의 가장 기초일 것이다.

행사 주최 측에서 반대 측과 시민들을 염두에 두고 행사내용에 좀 더 배려가 있었더라면, 반대 측에서도 주최 측과 시민들을 생각하면서 반대하는 방법을 달리했으면 행사를 대하는 시민들에게 좀 더 많은 내용이 전달되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다. 하지만 상대가 있을 때의 자유는 무한정이 될 수 없다. 나의 자유가 방해되어서는 안 되듯이 나의 자유를 위해 남의 자유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민주주의의 기본이다.

퀴어축제는 대구뿐 아니라 서울, 전주 등 다른 도시에서도 열리고 있다. 대구의 퀴어축제에서는 다름을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보는 모습을 보고 싶다. 찬반 측이 서로 역지사지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방법의 선택에서도 서로에 대한 배려가 담긴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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