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화인의원 원장
이재원 화인의원 원장

 

만약, 국민 절반 이상이 모든 세대는 불행하다고 느끼고 있는 국가라면 과연 정상적인 나라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 특히, 거의 모든 국민이 미래를 짊어질 청년세대가 불행하다고 여긴다면 그 사회는 얼마나 지속가능할까? 안타깝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 앞에 던져진 이러한 질문들 앞에서 우리는 이제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발표된 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전 세대가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2000명(남자 990명, 여자 1천10명)을 대상으로 ‘저출산·고령사회 대응 국민 인식 및 욕구 모니터링’을 한 결과, 우리나라 아이들이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48.1%인데 비해 불행하다고 여기는 응답자 수는 52%(매우 불행 13.9%, 조금 불행 38.1%)로 집계됐다. 또한 노인들의 행복을 묻는 질문에는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59.2%(매우 불행 15.3%, 조금 불행 43.9%)로 나타났다. 더 심각한 것은 청년세대에 대한 국민의 인식 정도다. 우리나라 청년들이 행복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26.6%인데 반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응답자 수는 무려 73.4%(매우 불행 25.2%, 조금 불행 48.2%)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국민 대다수가 지금의 대한민국 청년들은 불행하다고 여기고 있는 것이다. 사상 유례가 없는 청년 실업률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최고조에 달한 상태이고, 설사 비정규직을 어렵사리 구했더라도 ‘위험의 외주화’로 늘 사고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처지이고 보면,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은 물론 주변 사람들도 불안하게 느끼기는 매한가지가 아닌가로 풀이된다.

얼마 전 제1야당 대표가 어느 대학 강연을 하면서 별다른 ‘스펙 쌓기’도 없이 대기업에 취업한 자신의 아들을 예로 들었다가 젊은 세대로부터 많은 비난을 받았다. 고위 공직자의 자녀라는 사실 자체가 다른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의 ‘스펙’으로 통용되는 우리사회의 현실을 청년들은 익히 잘 아는데, 그만 몰랐던 모양이다. 툭하면 불거져 나오는 고위층 자녀들의 취업특혜 문제가 근절되기는커녕 여전히 진행형인 까닭이 이 같은 정치인들의 세대 공감 능력부족 때문이 아닌가를 짐작케 한다. 하긴, 청년실업 문제를 국가적 해결과제로 인식하기보다는 한낱 정쟁의 도구로 삼는 정치권에 지금 청년세대의 불행의 책임을 묻는다는 자체가 허망한 일인지도 모른다. 법과 제도적 개선책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는 정치권은 기득권 다툼으로 툭하면 휴업상태이고, 일자리 만들기에 머리를 맞대야 할 노동계는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걸핏하면 파업이다. 최근엔 시위 도중 발생한 폭력행위에 대해 구속처분을 내린 사법부의 판단을 뜬금없이 노동탄압이라 규정하고는 전국적인 대정부 파업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취업이 당장의 목표인 절박한 청년세대들의 시선이 고울 리가 없다. 솔직히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청년세대가 불행하다 여길지언정, 이를 바로 잡아보겠다는 책임감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따라서 청년세대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문제를 기성세대가 아닌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이제는 가져야 한다.

몇 년 전 한 취업포털사이트가 자사 회원들을 상대로 ‘구직에 실패한 이유’를 묻는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35.6%가 자신의 ‘스펙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고용시장 불안정성(22.7%)’ 또는 ‘잘못된 고용정책(16.4%)’와 같은 잘못된 외부여건보다 자신의 부족한 탓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 같은 경향은 미취업 상태인 20대 젊은 층에서 특히 두드러졌다. 원인을 외부에서만 찾아서도 안 되지만, 자신의 탓으로만 돌린다고 해서 문제 해결은 되지 않는다. 자기반성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조적, 혹은 제도적 문제점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관심도 가져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될 때는 분명 다른 이유가 있는 법이다. 세계 젊은이들을 향해 ‘역사의 뒤로 숨지 말라. 앞에 나서서 당당히 우리 모두가 잘사는 정당한 시스템을 원한다고 주장하라’고 한 프란체스코 교황의 일갈은 오늘 날 대한민국 청년들이 반드시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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