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아즈데카 스타디움에는 ‘세기의 경기’를 기억하는 기념판이 있다. 그 기념판에는 ‘아즈데카 스타디움은 1970년 6월 17일 1970년 월드컵 세기의 경기 주역인 이탈리아와 독일 대표팀에 경의를 표합니다’라고 쓰여 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준결승전서 맞붙은 이탈리아와 독일의 경기는 축구를 재미있고, 스릴 넘치고, 흥미진진하게 만드는 모든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

게임이 시작되자 8분 만에 이탈리아의 선제골이 터졌으나 전반 45분은 밋밋한 경기로 일관했다. 하지만 하프타임이 지나고 후반전이 시작되자 스타디움의 관중들은 사력을 다하고 있는 독일팀을 응원했다. 미드필드의 불세출 영웅 베켄바워의 폭풍 같은 공세에 이탈리아 선수들은 정신을 못 차렸다. 마침내 전후반 종료 몇 초 전 독일 선수 슈넬링거의 슬라이딩 슛으로 이탈리아와 1대1 동점이 됐다. 연장 5분 독일의 ‘어뢰’ 뮐러의 골 성공으로 이탈리아에 2대 1로 앞섰다. 그로부터 4분 후 독일은 일대 충격에 휩싸였다. 이탈리아가 다시 동점 골을 넣었던 것.

그리고 5분 후 이탈리아의 골로 스코어는 3대 2로 재역전 됐다. 독일에겐 다시 만회하기 어려운 타격이었다. 격렬한 충돌로 어깨에 부상을 입은 베켄바워는 가슴 주위로 단단히 두른 천에 팔을 고정 시키고 절룩거리며 뛰어다녔다. 그런데 또 다시 반전이 일어났다. 110분, 독일 골잡이 뮐러가 다이빙헤딩슛으로 3대3 다시 동점을 만들어냈다. 번개 같은 재역전이 또 벌어졌다. 불과 1분 후 독일의 철통 같은 수비를 뚫고 이탈리아가 골을 성공시켜 결국 독일이 이탈리아에 3대4로 무너졌다. 역전에 역전, 대 역전극으로 이어진 이 세기의 경기는 축구사에 영원히 기억되게 됐다.

폴란드 U-20 월드컵서 한국과 세네갈의 8강전도 이 경기 못지않은 명승부였다. 120분 연장 혈투에 이어 승부차기까지의 대역전극은 히치콕의 스릴 영화를 보는 것 같았다. 전반 37분 세네갈 선제골, 후반 14분 한국 만회 골, 후반 31분 한국 실점, 후반 추가시간 8분 한국 헤딩슛 성공, 2대 2 동점, 연장전 전반 6분 한국 역전 골, 연장 후반 16분 세네갈의 동점 골, 그리고 승부차기에서 한국 승리. 17년 만에 한국 축구 붐이 다시 일어나는 것은 명승부 효과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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