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중구 갤러리 카페…40년 된 여관 이용 개인 갤러리로 탈바꿈
중구 구 KT&G 연초제초장 관사…외형 보존한 채 '수창청춘맨숀'으로
김향금 관장 "노동자 삶 묻어 있는 공간, 새로운 예술적 영감 줘"

40년간 운영된 여관을 재탄생 시킨 대구 중구 한 갤러리카페. 여관의 구조를 살려 갤러리와 카페로 활용하고 있다. 조한윤 수습기자 jhy@kyongbuk.com
“도심재생은 건물에 깃든 흔적과 현대의 개성이 섞여 함께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대구시 중구 문화동에 있는 갤러리 카페를 운영하는 박찬영 건축가(39)는 업사이클링의 정의를 이같이 내렸다.

업사이클링과 도심재생이 만나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 건축가는 40여 년간 운영된 여관이 문을 닫자 동료 4명과 함께 힘을 모아 갤러리 카페로 재탄생시켰다.

건물의 본래 모습을 헤치지 않고 새로운 공간으로 꾸며내는 것이 새로 만드는 인테리어보다 비용과 인력이 오히려 더 투입된다.

노출된 시멘트를 그대로 사용한 것처럼 보이지만 내부가 드러난 만큼 방수처리에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오래된 여관이 남긴 흔적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40년간 운영된 여관을 재탄생 시킨 대구 중구 한 갤러리카페. 여관의 구조를 살려 갤러리와 카페로 활용하고 있다. 조한윤 수습기자 jhy@kyongbuk.com
원래 있던 벽지를 보존하기 위해 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끌을 이용해 손으로 뜯어 지구 모양으로 만들었다.

지하에 있던 무게 400㎏의 보일러도 버리지 않고 그대로 2층으로 옮겨 인테리어 소품으로 활용하고 있다.

13㎡ 넓이의 방 10개가 있는 3층은 벽을 부수지 않고 보존, 지금은 예술가의 개인전이 펼쳐진다.

방이 많은 여관 구조를 이용해 개인 갤러리로 활용한 것이다.

2층은 벽을 허물어 오픈 갤러리와 카페 라운지로 만들어 시민들이 커피를 즐기며 편히 작품을 관람하도록 꾸몄다.

박 건축가는 “도심재생의 핵심은 옛 건물의 기본 골조에 자신만의 개성을 더하고 재해석해서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시키는 데 있다”고 “업사이클링 말로 도심재생에 가장 어울리는 양식”이라고 강조했다.
KT&G 연초제조창 직원들의 관사를 재활용한 수창청춘맨숀. 수창동의 근대역사를 담은 외형을 보존하고 있다. 조한윤 수습기자 jhy@kyongbuk.com
중구 수창동 ‘수창청춘맨숀’도 업사이클링을 통한 도심재생에 대표적인 사례다.

수창동에 위치한 구 KT&G 연초제초창은 지난 1949년 지어져 1999년 6월 폐창됐으며 연초제초장 옆에는 지난 1976년 직원들의 관사가 들어선 뒤 20년간 사용되다 1996년에 폐쇄됐다.

연초제초창 건물과 주변 관사는 근대산업의 역사를 담고 있으며 연초제초장은 지난 2013년 3월 대구예술발전소로 재탄생했다.

반면 관사는 23년간 방치돼 외벽 페인트가 떨어져 시멘트가 그대로 드러나 있고 남은 벽마저도 본래 색을 알 수 없을 만큼 변색됐다.

흉물스러운 외형 때문에 인근 주민들의 철거 요구가 빗발쳤다.

이처럼 골칫거리로 전락한 관사 건물은 지난 2016년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 재생 사업에 선정돼 ‘수창청춘맨숀’이라는 새 이름을 얻어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주민들에게 돌아갔다.
KT&G 연초제조창 직원들의 관사를 재활용한 수창청춘맨숀. 수창동의 근대역사를 담은 외형을 보존하고 있다. 조한윤 수습기자 jhy@kyongbuk.com
김향금 수창청춘맨숀 관장은 근대역사가 담겨있는 만큼 건물 외형을 훼손하지 않는 등 외벽 지키기에 고심했다.

벽을 새로 도색 해 달라는 주민들의 의견에 대표적인 도심재생 사례인 영국 런던에 있는 테이트모던 미술관을 설명하며 설득에 나섰다.

주민들을 설득한 뒤 외형을 보존한 43년 된 A와 B동 사이에 C동을 새로 지어 기존 건물이 가진 거친 외관에 현대적인 세련미가 더해져 독특한 건물 외형으로 변신했다.

김 관장은 이 예술공간은 흰 벽으로 도배된 일반 전시공간과는 다르다고 전했다.

작가들이 오래된 공간을 활용해 작품을 구상해 이곳에서만 제작·설치 가능한 작품을 구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관장은 “수창청춘맨숀은 건물 자체가 옛 수창동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며 “노동자의 삶이 묻어 있는 공간이 예술가들에게 새로운 예술적 영감을 준다”고 말했다.

정석연 대구대 실내건축디자인학과 교수는 “업사이클링 양식은 공간을 꾸미기에만 취중 하지 않고 옛 공간이 가진 역사와 특성을 제대로 보존하는데 의미가 있다”며 “원래의 장소를 없애지 않고 새로운 가치를 더해 공간을 재탄생시키는 방법은 도시의 역사를 기억하는 도시재생 관점에서 의미가 깊다”고 밝혔다.

조한윤 수습기자
조한윤 기자 jhy@kyongbuk.com

소방, 경찰서, 군부대, 시민단체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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