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中제품에 추가 관세 부과 안 해…美기업, 화웨이와 거래 가능"
시진핑 "미중 충돌과 대항의 함정 빠져선 안 돼…협상은 평등해야"

도널드 트럼프(왼쪽 두 번째)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오른쪽 두 번째)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에서 미·중 정상 간의 무역협상을 하고 있다. 연합
미국과 중국이 29일 무역전쟁 ‘휴전’을 선언하고 공식 협상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지난달 초 양측의 고위급 협상이 무위로 끝난 지 약 한 달 반 만이다.

이에 따라 세계 두 경제 대국 간 한 치의 양보없는 무역전쟁으로 휘청이던 세계 경제도 당분간 한시름 놓을 수 있게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이날 오전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무역담판을 벌여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잠정 중단과 무역 협상 재개에 합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이 끝난 뒤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같은 내용의 회담 결과를 발표하고, “우리는 당분간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관세 부과를 중단하고 그들은 우리의 농가 제품들을 구매할 것”이라며 “중국이 구매했으면 하는 제품 리스트를 중국에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산 제품에 대한 미국의 추가 관세 부과 여부는 이번 담판을 통해 결정될 최대 쟁점 중 하나였다.

미국은 2천500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추가로 3천250억 달러 규모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추진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날 회담 결과에 따라 미국 기업들이 중국의 통신장비 제조업체인 화웨이와 거래할 수 있도록 일부 허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화웨이에 장비를 판매할 수 있다”며 “국가 안보와 관련해 큰 문제가 없는 장비들에 관해 얘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대중국 압박을 위해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미 기업과의 거래를 제한하고 동맹국에도 거래 제한 조치에 동참하라고 압박했었다.

양국 정상은 이날 미·중 관계 발전의 근본적인 문제, 무역 갈등, 국제 및 지역 관심에 대해 깊이 의견을 교환한 뒤 다음 단계의 관계 발전을 위한 방향을 제시했고 조율과 협력, 안정을 기조로 하는 중미 관계를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국 정상은 평등과 상호존중 기초 아래 무역 협상을 재개하고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해 추가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고 신화통신 등은 전했다. 양국 실무진들은 향후 구체적인 문제에 대해 논의하기로 했다.

시진핑 주석은 회담을 시작하면서 “중미 수교 40년을 돌아보면 국제 정세와 양국관계가 큰 변화가 있었지만 하나의 기본 사실은 변함없다”면서 “그게 바로 중미 양국은 합하면 서로에게 이롭고 싸우면 모두를 해치는 법이며 협력은 갈등, 대화는 대항보다 낫다는 것”이라고 운을 뗐다.

시 주석은 현재 중미 관계는 어려움에 직면했고 이는 양자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중미 양국에 갈등이 존재하지만 양국 이익이 고도로 융합돼 있어 서로 촉진하고 공동 발전해야지 충돌과 대항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시 주석은 양측은 양국 정상이 확립한 원칙과 방향에 따라 각급 교류를 유지해야 하고 조율, 협력, 안정을 기조로 하는 중미 관계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진핑 주석은 중미 경제협력의 본질은 호혜 공영이라면서 “양측은 큰 공동이익이 존재해 좋은 협력 동반자가 되어야 하고 이는 중국과 미국, 더 나아가 전 세계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화웨이(華爲) 사태를 염두에 둔 듯 “미국은 중국 기업과 중국 유학생을 공정하게 대하길 바란다”면서 “양국 기업의 무역 투자가 정상적으로 진행되고 양 국민들이 정상적인 교류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언급했다.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9일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열리고 있는 일본 오사카에서 양자 정상회담에 앞서 얼굴을 마주하고 있다. 연합
아울러 시 주석은 대만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천명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대만 문제에 대해 ‘하나의 중국 정책’을 견지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시 주석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중국 측은 북미 정상이 대화와 접촉을 유지하고 유연성을 보이며 조속히 대화 재개를 통해 각자 관심 사항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길 바란다”면서 “중국은 계속해서 이를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측은 한반도 문제에서 중국의 중요한 역할을 중시하며 중국 측과 소통과 조율을 유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약 90분간의 담판이 끝난 직후 “시 주석과의 만남이 훌륭(excellent)했다”고 만족해한 뒤 중국과의 협상이 “다시 정상궤도로 복귀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중국은 작년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고율 관세를 주고 받는 무역전쟁을 멈추기로 하고 고위급 협상을 이어왔다.

하지만 미국이 불공정 행위 재발 방지책과 관련한 합의 사항을 중국 법률에 반영할 것을 요구하면서 주권침해 논란 속에 고위급 협상도 지난달 초 결렬됐다.

연합
연합 kb@kyongbuk.com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