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 끝에 /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태어나자마자 / 날개를 접은 /새

저 새가 / 한번
심호흡하고 / 날개를 활짝 펴면
한쪽 날개는 아이슬란드에, 다른 쪽은 아르헨티나에 닿을
수도 있을 텐데

저 새가 / 한번
장대를 박차고 / 솟구치면
어느새 백야의 해가 뜨는 북극의 바다 위를 유유히 날고
있을지도 몰라

장대 끝에 / 새 한 마리가 앉아 있다

태어나자마자 / 뾰족한 장대에
가슴이 / 쿸, / 찔린 새




<감상> 오리는 육지와 바다와 하늘을 두루 섭렵할 줄 아는 새다. 그런데 이 새가 태어나자마자 뾰족한 장대 끝에 앉아 옴나위도 못하는 지경에 놓여 있다. 장대에서 벗어나 날개를 펼치면 남북극을 횡단하여 바다 속을 잠수하고, 바다 위를 유유히 날고, 섬에서 발자국을 찍고 있을 것이다. 외부이든 내면이든 갇혀 있다는 것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할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큰 상처로 남는다. 나는 더부살이로 보낸 고등학교 시절이 더욱 그러했다. 꿈을 위해 한계를 떨치고 자신감을 품고 날개를 펼쳐야 아름다운 청춘이다. 그러면 지금 ‘어느새’라는 이름을 가진 새가 날아간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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