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300인 미만 사업장 4201곳, 인건비 부담감 가장 큰 애로사항
탄력 근로시간제 도입 방안 필요

근로자 300인 이상인 중소기업 가운데 근로기준법 특례에서 제외된 업종의 주 52시간 근로제가 1일부터 시행된다. 하지만 지역중소기업들은 특례제외업종에 해당하는 업체는 소수라면서 실질적으로 우려하는 현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이라고 입을 모은다. 경북·대구 중소기업 상당수가 인력난과 인건비 부담 가중 등에 대한 별다른 대책을 찾지 못한 상황에서 근로시간 단축까지 도입되는 실정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것이다.

대구지방고용노동청은 숙박·광고·방송·금융업 등 21개 특례제외업종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을 상대로 지난해 말부터 애로사항을 점검했고, 보완절차를 거쳐 1일부터 주 52시간 근로제를 적용하는 데 무리가 없는 수준이라고 30일 밝혔다.

경북·대구지역에 근로자가 300인 이상인 중소기업은 250여 곳, 이 가운데 특례제외업종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은 51개(20%)다.

대구노동청 관계자는 “대학 입시부서들이 입시 기간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는 부분에 많은 어려움을 호소했는데, 정부에서 무료로 지원하는 컨설팅을 지원했다”며 “기관마다 각자 해결책을 도입하는 절차를 거쳐 주 52시간 적용은 무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내년부터 적용되는 주 52시간 근로제로, 지역 중소기업들의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경북·대구지역 전체 중소기업은 40만4000개로, 경북이 20만6000개, 대구가 19만8000개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50인 이상 300인 미만 중소기업은 총 4201개(경북 2208개·대구 1993개)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대구노동청은 대기업 지부 등을 제외하면 내년부터 주 52시간이 적용되는 중소기업은 2500여 개일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어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들이 주 52시간 근로제 정착에 애로를 호소하는 만큼, 6개월 동안 사업장마다 애로를 점검해 근로시간 단축제도가 도입되도록 힘쓸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노동 당국에서도 내년부터 근로시간을 단축해야 하는 지역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예견하고 있는 것.

현재 지역 중소기업들은 인력 충원 등 인건비에 대한 부담이 증가할 수밖에 없다며 주 52시간 도입에 대한 우려를 계속 표출하고 있다. 이 같은 우려는 최근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기중앙회) 경기전망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도입되지 전임에도 기업경영 상 인건비 부담을 가장 큰 애로로 꼽고 있다.

중기중앙회가 경북·대구지역 중소기업 355곳(제조업 188곳, 비제조업 167곳)을 대상으로 벌인 ‘2019년 7월 지역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기업경영 상 가장 큰 애로는 인건비 상승이다. 전체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62.6%가 응답했다.

올해 1월에는 68.2%, 2월에는 무려 72.0%가 인건비 상승을 경영에서 가장 힘든 요인으로 선택하면서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3월 69.4%, 4월 67.9%, 5월 63.6%로, 올해 들어 60% 이상 중소기업이 인건비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60% 내외의 중소기업이 인건비 상승을 애로로 응답한 것과 비교하면, 인건비 부담을 느끼는 업체가 증가한 것을 나타낸다.

특히 대구지역 뿌리산업인 섬유제조업에서는 노동집약적인 특성에도 심각한 인력난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최근에는 젊은층 양성을 포기한 단계라고 읍소하는 실정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부족한 인력에도 기업운영에 필요한 생산량을 맞추기 위해 휴일근로를 포함한 초과근로를 실시했다”면서 “이 상황에서 주 52시간이 도입되면 부족 인원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주 52시간을 초과하는 외국인 근로자 활용 사업장은 근로시간이 단축되면 근로시간을 평균 7.6시간 줄여야 하는데, 필요한 신규 인력을 국내 청년근로자로 대체하기도 불가능한 상황이다”며 “300인 미만 사업장에 적용되는 주 52시간 도입 이후 계도 기간을 부여하고,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6개월 이상 탄력적인 근로시간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경북·대구지역 중소기업들은 다음 달 경기가 악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올해 5월부터 3개월 연속 업황전망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Small Business Health Index)가 하락을 기록하면서 지역 경기악화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SBHI는 100 이상일 경우 다음 달 경기가 호전될 것으로, 100 미만이면 악화할 것으로 전망하는 수치다.

중기중앙회의 지역 경기전망 조사 결과, 7월 중소기업건강도지수 는 75.2로 전월(78.0)대비 2.8p, 지난해 같은 달(82.8)보다 6.4p 하락했다.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영부담에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인한 내수부진, 투자의욕 감소,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북이 82.6으로 전월(84.2)대비 1.6p 소폭 하락했다. 특히 대구는 70.2로 전월(73.7)보다 3.5p 낮은 수치를 기록해 심각한 경영난을 겪을 것으로 중소기업계는 전망했다.

제조업 SBHI도 전월(76.3)대비 0.5p 하락한 75.8, 비제조업 또한 전월(79.8)대비 5.2p 낮아진 74.6으로 조사됐다.

항목별 경기전망에서는 제조업의 생산(2.0p), 수출(3.4p)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됐지만, 경상이익(-4.1p), 원자재조달사정(-3.3p), 내수판매(-2.5p), 자금 조달사정(-2.0p)은 하락할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5월 제조업 생산설비 평균가동률도 하락하는 추세다.

지난 3월 73.0%를 기록한 이후 4월 72.8%, 지난 6월에는 전국 평균가동률(74.0%)보다 낮은 72.4%로 한 달 사이 0.4%p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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