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30일. 북한 비핵화 협상의 새로운 정기가 마련된 역사적인 날이 됐다. 하노이 북미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북미 협상이 재개됐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금단의 땅이던 북한 땅을 밟았다. 1953년 7월 한국전쟁의 ‘정전협정’ 이후 66년 만의 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판문점 군사분계선 앞에서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만나 북측 지역으로 걸어 들어가 악수했다. 이어서 북미 정상이 판문점 남측 구역으로 넘어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3명의 정상이 대화하는 역사적이고 상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남북미 3국 정상이 한 곳에서 만나 대화한 것은 한반도가 분단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미국 현직 대통령의 제안으로 ‘적대관계’에 놓인 북한 땅을 밟은 것은 한반도 70년 냉전체제의 해체를 향한 진일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미국과 북한은 법적으로 끝나지 않은 한국전쟁의 정전협정 서명 당사국이자 한반도 냉전 체제를 허물 수 있는 당사국이기도 한다. 이 때문에 1953년 정전협정이 체결됐던 판문점에서 서로 악수한 데 이어 회담한 것은 그 자체로 큰 의미를 가진다.

분단된 한반도의 최 전선에서 북미 정상이 만난 것은 당사국이 한반도를 둘러싼 갈등을 대화로 풀 길을 만든 것이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을 마친 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주도로 2∼3주내 실무팀을 구성해 협상을 하겠다”고 했다. 자유의집에서 김 위원장과 회동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앞으로 많은 복잡한 일이 남았지만 우리는 이제 실무진의 논의를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북미 실무진 간 비핵화 논의는 물론 차기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실무협상이 이뤄질 것을 천명한 것이다.

지난 2월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놓였던 북미, 남북미 간의 회담의 길이 열리게 됐고, 그간 북미 양측이 비핵화 접근 방식을 놓고 접점을 찾지 못했는데 북한이 실질적인 비핵화 논의를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성과가 크다. 미국 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주도의 실무팀이 꾸려져 기존 스티븐 비건-김혁철 특별대표 라인 때 보다 좀 더 힘이 실린 실무협상이 진행되게 됐다는 점도 의미 있는 성과다.

하지만 일각에서의 지적처럼 실속 없는 ‘외교쇼’로 비쳐질 여지도 적지 않다. 이번 북미 간 판문점 회동이 최대 현안인 비핵화의 실질적 논의는 없었고, 회담을 계속하겠다는 서로 간의 의지만 확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노이 회담 이후 진전이 없던 비핵화 논의가 이번 한 번의 만남을 가진 것으로 양쪽이 전격적이고 전향적인 양보를 하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협상의 결렬과 시작을 지루하게 반복하려는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도 큰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6·30 판문점 남북미 3국 정상의 만남은 한반도 비핵화 대화의 동력을 다시 찾았다는 점에서 기대가 큰 것이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가속으로 남북이 분단의 벽을 넘어 평화로 나아가는 새로운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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