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사 김정희 등 작품 전시…그림·도자기서 '의·렴·애' 기반 선비사상 재해석

연호사물지종.
포스코가 지난 26일 포스코 본사 갤러리에서 포항시 승격 7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전시회를 열었다.

오는 30일까지 일요일을 제외하고 전시되는 이번 ‘조선 화인열전-人, 사람의 길을 가다’는 추사 김정희·겸재 정선·현재 심사정 등 조선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들은 물론 석파 이하응(흥선대원군)의 글씨, 안중근 의사의 옥중 글씨 등 모든 전시품이 진품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쏠린다.

이번 전시회를 선비정신으로 내세운 데는 지난해 포스코가 천명한 ‘기업시민정신’의 바탕을 의(義)·렴(廉)·애(愛)

에 기반한 선비사상을 통해 재해석하고자 함이다.

이런 개념을 바탕으로 마련된 ‘조선 화인열전-人, 사람의 길을 가다’전 주요 전시품을 지면으로 둘러본다.

□연호사만물지종(淵乎似萬物之宗)

추사 김정희가 종이에 먹으로 쓴 글씨로 노자의 “‘연호사만물지종‘이란 ‘가운데 텅빔을 쓰임으로 하니, 항상 가득 차 있지 않으며, 언제든 계곡물을 받아들이는 호수로 만물의종가와 같다’”고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말이다.

즉 도는 명예를 숨기고 감추니 그 쓰임은 텅 빈 가운데에 있으며, 도는 항상 겸손하고 비워 가득 채우지 않고, 도의 호수는 그 깊이를 알 수 없으니 만물의 종조와 같다는 뜻이 담겼다.
모사재인성사재천.
□모사재인성사재천(謀事在人成事在天)

안중근의사가 1909년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뒤 뤼순 감옥에서 사형선고를 받은 뒤 순국하기 한달 전쯤 쓴 친필 유묵이다.

안중근의사는 사형이 선고된 뒤 한 달 여 동안 조국과 민족을 향한 자신의 굳은 의지와 절개를 담은 많은 글을 남겼으며, ‘모사재인성사재천’역시 같은 시기에 썼다.

‘모사재인성사재천’은 ‘일을 도모하는 것은 사람이지만 그 성패는 하늘의 뜻에 달렸다’는 뜻이며, 이는 삼국지연의에서 제갈량이 사마의를 제거하기 위해 계곡으로 유인해 폭약으로 공격할 계획이었지만 때마침 내린 폭우로 사마의가 달아나자 탄식하며 내뱉은 말이다.
백자대호.
□백자대호(白磁大壺)

18세기 전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백자 항아리로, 순백의 빛깔과 풍만한 동체부를 선보인다.

구연부는 사선으로 외반하였고, 동체부로 이어지는 어깨는 수줍은 듯 살포시 내려와 동체부를 감싸 안고 있다.

설백색의 바탕에 시유된 우유빛 유색은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을 준다.

순백의 대형 항아리는 ‘백자달항아리’라고 특별한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데, 17세기 이후 만들어지기 시작해 18세기 전반 경기도 광주 금사리 가마에서 만든 대표적인 백자로 둥근 달을 연상시킨다 하여 이러한 애칭이 붙여졌다.

40cm넘는 항아리를 만들기 위해 커다란 대접을 두 개 만들어 그것을 잇대어 만들기 때문에 동하부가 주저앉아 약간 일그러졌다.

사선으로 벌어진 구연은 굽지름 보다 넓어 시원스런 맛을, 둥근 동체부는 넉넉한 맛을 느끼게 한다.
산수인물도.
□산수인물도(山水人物圖 )

현재 심사정의 수묵담채화로 깊은 산속 곧게 솟은 소나무 아래 단정한 가옥에서 한 선비가 대청마루를 다 열어놓고 앉아 글을 적고 있는 모습과 한 쌍의 학이 정원에서 여유로이 노닐고 있는 풍경을 담아냈다.

심사정의 산수화는 그의 뛰어난 기량과 개성을 잘 표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으며, 필묵의 자유로운 운용을 통해 내면의 정서와 흥취를 담아내려는 듯 대상의 형상과 그 기운을 잘 파악해 그림으로 옮겼다.

특히 화면 상단에는 은일한 삶을 살고자 했던 선비들의 마음을 새겼다.

古墨輕磨滿궤香 硏池新浴洗烟光

오래된 먹 가볍게 갈아내니 책상 가득 향기 그윽하고 벼루를 깨끗이 새로 씻고 어스름 빛을 닦아내네.

北창(창 창·큰 입구몸에 저녁 夕)時有淸風至 閒寫黃庭一兩章

때때로 맑은 바람 불어오니 황정경 한두 장 한가로이 베끼네.
백지양각청화진사장생문필통.
□백자양각청화진사장생문필통(白磁陽刻靑畵辰砂長生文筆筒)

19세기에 만들어진 원통형의 필통이다.

원통형의 몸체에는 소나무아래 불로초를 찾은 사슴·대나무와 소나무사이에 훨훨 날고 있는 학 등을 마치 한 폭의 그림과 같이 구성력있게 문양을 새겨 놓았다.

굽다리는 안으로 깎아 세웠으며, 유(釉)를 닦아내고 내화토 받침으로 받쳐 구운 흔적과 굽바닥에는 ‘一’자가 쓰여 있다.

이 필통의 동체부는 양각의 기법과 청화·진사 등 다채로운 장식을 가미해 화려하면서도 과하지 않은 단아한 멋을 지닌 작품이다.
조문명 초상.
□조문명 초상(趙文命肖像)

비단에 수묵담채화로 중앙에 S자 곡선으로 자리한 소나무와 간략한 산세와 힘차게 흐르고 있는 계곡물을 배경으로 심의(深衣)를 입은 조문명이 죽장을 들고 서 있는 인물풍경화다.

산수와 인물은 섬세하면서도 정갈한 필치로 표현해 중앙에 있는 인물의 강직한 성품을 잘 보여주고 있다.

조문명의 본관은 풍양, 호는 학암이며, 1728년 이인좌·정희량 등이 주도해 일으킨 무신란을 진압하는 공을 세워 분무공신2등에 녹훈돼 풍릉군에 책봉되고 병조판서가 됐다.

이후 대제학 이조판서를 거쳐 우의정, 좌의정에까지 이른 인물이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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