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찾아왔다.
가자가자 저 언덕 너머로.
꾸물대지 말고 어서 가자.
옷은 무엇 때문에 입으려 하느냐.
육신은 왜 챙기느냐.

가져갈 게 남아있거든
쓰레기통에 버려버려라.
기억을 가슴에 품지 마라.

가져갈 것은
남몰래 베푼 자선뿐,
이번에는 그것도 버려버리자.
하늘에 종소리 퍼지듯
가자가자 저 언덕 너머로.





<감상>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인간입니다. 거추장스런 옷과 육신, 재물을 피안(彼岸)으로 가져갈 수 없을 텐데 미련을 가지는 게 인간입니다. 그런데 아무 것도 가져갈 수 없음을 깨달은 사람은 음덕(陰德)을 쌓을 것입니다. 떠난 사람을 기억하는 것은 그 사람이 베푼 음덕이지 자리와 권력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많이 가진 자는 착취하지 않고 남에게 따뜻한 밥 한 끼라도 사 주었는지, 권력을 가진 자는 주변에서 도와준 사람에게 자선을 베풀었는지 자문(自問)에 보십시오. 이것마저도 버리고 하늘에 종소리 퍼지듯 떠나야 하는 게 인생입니다. <시인 손창기>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