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나라에서 문서 도난사건이 발생했다. 수양제는 오사징에게 명해 죄인을 체포하도록 엄명을 내렸다. 오사징은 단 한가지라도 의문점이 있으면 여러 가지 죄를 엮어 가혹하게 추궁했다. 고문에 못 이겨 도둑이라고 시인한 자가 2000여 명이나 됐다. 수양제는 이들 2000명을 한날에 모두 참수토록 했다.

이 일에 대해 석연찮게 생각한 사법기관 실무 책임자인 장원제가 정황을 자세히 조사했다. 조사 결과 2000명 가운데 당일 행적이 분명치 않은 사람은 고작 9명 뿐이었다. 9명 중 4명은 도적이 아니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그러나 이 같은 자세한 내막의 상주문이 수양제에게 올라가지 않았다. 결국 2000명은 모두 참수되고 말았다.

이 사실을 위징으로부터 들은 당태종은 말했다. “수양제가 무모한 데다 신하들 또한 마음을 다해 일을 처리하지 않은 탓이다. 간언을 통해 바로잡으려면 반드시 목숨을 잃을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어찌 신하가 되어 아첨으로 일관하여 군주의 뜻만 따르는 식으로 군주의 환심과 칭송만 추구할 수 있겠느냐? 짐은 여러 대신들의 보좌에 의지한 덕분에 마침내 감옥을 텅 비게 만들 수 있었다. 끝까지 잘해 늘 지금과 같이 하기 바란다” 당태종은 감옥이 텅 비게 된 것은 사실을 사실대로 말하는 신하들의 직언 때문임을 강조한 것이다.

“짐은 주나라와 진나라의 득천하(得天下) 과정에 큰 차가 없다고 들었소. 그러나 주나라는 건국 이후 선을 행하는데 진력하여 업적과 덕을 쌓은 덕분에 800년이란 오랜 기간 동안 왕조를 지속시킬 수 있었소. 반면 진나라는 건국 후 방종과 사치와 음란을 일삼고 형벌을 좋아해 불과 2대 만에 곧바로 패망하고 말았소. 이 어찌 선행을 하는 자의 행복은 영원하고 악행을 하는 자의 수명은 짧다는 의미가 아니겠소.” 당태종은 형벌을 좋아하는 나라는 패망을 재촉한다는 천리(天理)를 체득하고 있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계속되는 적폐 수사로 대한민국이 ‘수사 공화국’으로 치닫고 있다. 적폐수사 칼바람의 선봉장 윤석열 서울지검장의 검찰총장 지명으로 수사 강풍이 더욱 거세질 것이다. 형벌 좋아하고 무리한 수사는 나라를 멍들게 한다는 당태종의 경고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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