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300인 이상 ‘특례 제외업종’ 사업장에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지난 1년간 유예됐던 노선버스, 방송, 금융, 교육, 숙박, 음식·주점, 연구·개발 등 21개 업종 1047개 사업장이 대상이다. 이제 육상·수상·항공 운송업과 보건업 등 안전이나 생명 문제와 직결되는 5개 업종을 제외한 300인 이상 대기업은 모두 주 52시간 근무제를 지켜야 한다.

하지만 경북이나 대구 등 지역의 대부분 중소기업은 사실상 특례 제외업종에 해당하는 업체가 소수다. 경북·대구 지역에 근로자가 300인 이상인 중소기업은 250곳. 이 가운데 특례 제외업종에 해당하는 중소기업은 51개(20%)에 불과하다. 지역 업계에서 우려하는 것은 내년 1월 1일부터 적용되는 50인 이상 300인 미만 사업장의 주 52시간 근로제 도입이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7년 기준 경북·대구 지역의 해당 중소기업은 4201개(경북 2208개·대구 1993개)나 된다.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중소기업이 지금은 50여 곳이지만 내년이 되면 4200곳이 넘는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기업 현장에서 인력 충원이나 임금 조정 등의 일대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당장 금융 등 일부 업종을 빼고는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아서 대부분 분야에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전국적으로 7300명 이상의 운전기사가 충원돼야 정상 운행이 가능한 노선버스 업계가 대표적인 예다. 버스 업계는 불법을 저지르지 않기 위해서는 버스 운행을 감축하고 일부 노선을 폐지해야 하는 지경이다. 업주들은 필요로 하는 운전기사를 영입하지 못하는 데다 월급 맞추기도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버스운행 감축이나 노선이 폐지되면 결국 서민의 불편이 가중 될 것은 뻔 한 일이다.

시행 1년을 맞은 이 제도로 ‘워라밸(일·Work과 삶·Life의 균형·Balance)’ 등 긍정적 효과를 거둔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효과는 대기업 근로자나 생산성이 높은 잘 돌아가는 기업 등 일부에 국한한 얘기다. 야근이나 잔업 감소로 소득이 줄어든 근로자,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을 호소하는 게임 업계 등 근로자와 기업 모두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가 더 많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경북·대구지역 중소기업 355곳을 대상으로 2019년 기업 경기전망 조사를 했더니 기업 경영상 가장 큰 애로가 인건비 상승이라고 답했다. 전체 조사대상 기업 가운데 62.6%나 된다. 여기에다 근로시간의 단축을 강행 하다 보면 기업 경영이 위축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의 “근로시간 단축으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를 흘려들을 일이 아니다.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근로시간 단축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산업·직무별 특성을 면밀히 따지지 않고 일률 적용해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내년 확대 시행에 앞서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의 확대 등 보완책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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