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크루트 설문조사, 직장인 64.3% 경험

오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근로기준법 제76조의 2·3항, 제 109조)’이 시행될 예정이지만 직장 내 갑질이 여전한 데다 퇴직사유 중 1위가 ‘상사 갑질’이라는 설문조사가 나왔다.

특히 법은 만들어졌지만 구체성이 떨어져 법이 시행되면 직장 내 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일 취업포털 인크루트(대표 서미영)가 관련 법 시행을 앞두고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발표에 따르면 응답한 직장인 64.3%가 직장 내 괴롭힘 즉 갑질을 경험했다는 답이 나왔다고 밝혔다.

기업군별로는 중견기업이 68%로 가장 높았고, 대기업은 56%로 12%p나 낮아 대조를 보였다.

갑질을 일삼은 상대방으로는 △‘직속상사·사수·팀장’을 꼽은 비율이 무려 51.0%로 절반을 넘었으며, 뒤를 이어 ‘타부서 상사(13.4%)·’‘임원급(11.9%)’‘대표(11.8%)’순으로 많았다.

특히 ‘동료·동기’를 괴롭힘 가해자로 꼽은 비율도 8.4%에 달했다.

직장 내 괴롭힘 유형(직장갑질 119 취업규칙 표준안 기준)에 대한 설문에서는‘업무와 무관한 허드렛일 지시’가 11.6%로 가장 많았으며, ‘욕설·폭언·험담 등 명예훼손’ 및 ‘업무능력·성과 불인정·조롱’이 각 11.3%로 뒤를 따랐다.

이외에 ‘업무 전가’도 10.7%로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회식참석 강요(7.7%)’‘근무환경 악화’와 ‘근무시간 외 SNS로 업무 지시’가 각 7.1%, ‘사적 용무 지시(6.7%)’‘근로계약내용 불이행·불합리한 처우(5.3%)’‘체육대회·장기자랑 등 사내행사 참여 강요’와 ‘따돌림’이 각 4.5%를 차지햇다.

이처럼 직장 괴롭힘이 여전히 이뤄지면서 무려 56,7%가 ‘공황장애, 우울증 등의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고 밝히는가 하면 ‘원치 않는 퇴사(17,5%)’‘인사불이익(11.5%)’‘신체적 피해(8.1%)’등 2차 피해 여파가 왔지만 이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은 따르지 않았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인크루트 직장인 회원 800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특히 이에 앞서 지난달 인크루트가 직장인 1206명을 대상으로 한 퇴사 사유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91%가 퇴사 고민을 했다고 밝힌 가운데 가장 주된 이유가 ‘회사 대표·상사·동료 및 직원’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항목으로는 연봉이 16%로 가장 높았지만 상사(13%)와 동료 및 직원(7%)로 20%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응답자들은 ‘대표 갑질’‘폭언’‘경영진에 대한 불신과 분노’‘사장의 직원 감시’‘일 못하는 동료와 함께 있는 것이 곧 고문’ 등의 답변도 이어져 회사내 인간관계가 퇴사고민의 제 1요소임을 드러냈다.

이처럼 직장 괴롭힘이 이어지면서 오는 16일부터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의 실효성을 기대하는 눈치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보면 오히려 혼란만 야기시킬 우려가 높다.

실제 직장 괴롭힘을 대변하고 있는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에 신고된 자료에 따르면 A공장 생산팀에서 파견근무를 하던 여성 B씨는 직장상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회사에 신고했지만 회사 관리자는 “가해자의 사과를 받지 않을 거면 너도 퇴사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후 B씨는 이를 경찰에 신고해 해당 성추행 직원과 관리자가 퇴사하고, 부사장은 ‘향후 2년 동안 보복 없이 회사에 계속 다닐 수 있게 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다른 관리자에 의해 괴롭힘을 당하다 결국 퇴사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이처럼 직장 괴롭힘이 근절되지 않는 데는 구체성이 부족한 규정도 한몫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오는 16일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방지의 근거는 근로기준법 제76조의 2 및 3항에 규정돼 있다.

제 =76조의 2(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에는 ‘사용자 또는 근로자는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하여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해 놓았다.

또 사용자는 괴롭힘 신고를 받으면 조사 및 피해근로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 행위자 징계 등의 조치를 해야 하며(동법 제76조의3), 사용자가 신고한 근로자나 피해근로자에게 해고 등 불리한 처우를 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동법 제 109조) 해놓았다.

하지만 괴롭힘의 정의가 뚜렷하지 않아 법 시행 이후 이에 대한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법적 접근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법이 시행되기 전부터 보완이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종욱 기자
이종욱 기자 ljw714@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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