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최상무 대구오페라하우스 예술감독

2016년부터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매년 전문 연구원들과 공연 분야별 전문가들이 함께 모여 공연예술 트렌드를 연구 발표해 왔다. 올해 트렌드 조사 보고서에서는 사회, 경제, 기술, 정책 등의 거시적 환경과 공연계 내부의 제작, 유통, 마케팅 흐름, 그리고 소비자인 관객들에게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에 대해 포괄적으로 토론하고 연구한 결과를 내 놓았다. 그 결과 올해 공연계가 주목해야 할 여섯 가지 키워드를 다음과 같이 제시하고 있다. ‘주 52시간제, 카카오, 페미니즘, 경량화, 중국, 플미충’ 등이 그것이다.

먼저 ‘주 52시간제’는 공연 종사자들이나 관객들 모두에게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밸’, ‘욜로’와 같은 가치관을 확산시킬 것이다. 평일 이른 저녁 시간을 자신의 여가나 취미생활 혹은 자기 계발의 시간으로 활용하는 직장인이 늘어나고 있으며 일본의 공연장들처럼 낮에 공연을 관람하는 ‘평공족’이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두 번째 키워드 ‘카카오’는 공연 시장도 이제는 모바일 티켓 시대를 맞이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미 영화, 여행, 스포츠에서는 모바일 티켓의 점유율이 70%에 다다를 정도로 빠르게 확산되는 반면 공연계에서는 그 움직임이 더딘 것이 사실이다. 국내 공연 티켓 판매 분야를 선도하고 있는 인터파크에서도 모바일 티켓과 종이 티켓 병행 발권을 검토 중에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모바일 강자 카카오가 최근 공연 시장에 제작 투자로 참여하기 시작하면서 어느 기업보다 앞서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세 번째 키워드 ‘페미니즘’은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듯이 여성이 주인공을 맡거나 여성의 시선으로 극의 복선을 해결해나가는 작품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공연을 관람 성비 조사에 따르면 여성 관객이 전체 관객의 80%를 차지할 만큼 남성 관객의 수보다 월등히 많다. 여성 관객이 선호하는 극의 내용도 과거 영웅적이거나 부드러운 남성 주인공을 선호하던 추세에서 최근에는 ‘여성의 삶’을 소재로 하는 작품들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제작자나 투자자들의 입장도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네 번째 키워드는 ‘경량화’이다. 2018년 ‘소학행’이란 말이 유행처럼 번지더니 올 해는 공연계에도 소학행을 실천하려는 움직임이 늘어나고 있다. 초보 관객들을 위한 토크 콘서트나 오픈 리허설 등을 통해 본 공연 보다 저렴하게 공연의 이해도를 높이려는 공연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대구오페라하우스 별관의 소극장에서 펼쳐지는 ‘렉처 오페라’, ‘문화 회식’ 공연 등이 이러한 ‘경량화’ 트렌드에 맞춰 실행되고 있다.

다섯 번째 키워드 ‘중국’은 사드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중국 공연계와의 연결고리가 조금씩 다시 어어 지면서 광대한 중국 시장이 다시 문을 열고 있기에 등장한 것이다. 같은 공연으로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중국 시장은 접근하긴 어렵지만 간과하고 버릴 수 는 없는 시장임에 틀림없다. 대구 오페라하우스에서도 지난해부터 별관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중국의 유명 음악대학들과 MOU를 맺으며 중국의 극장들과도 긴밀한 관계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마지막 키워드는 ‘플미충’이다. 조금은 생소할 수도 있지만 이 단어는 ‘프리미엄충’의 약자로 암표에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사람들을 말하는데 보통 팬덤이 형성된 유명 연예인들의 공연에서 많이 일어나는 문제이다. 하지만 클래식 공연계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빈의 공연장 앞에는 당연히 ‘플미충’들이 존재하고 심지어 이들은 암표를 거래하고 세금 신고까지 하는 경우가 많아 사회적 문제로 여겨지지 않고 있다. 우리 지역의 공연장에도 티켓을 구할 수 없어서 ‘플미충’이 등장하는 그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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