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규 사단법인 환경운동실천협의회 총재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은 재임 동안 한국의 건강보험제도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미국과 달리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며 국가가 그것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본받아야 할 제도라고 언급하였다.

실제 오바마 대통령은 전 국민 가입을 의무화하는 ‘오바마 케어’를 주도하였으나 유감스럽게도 후임인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를 폐기하였다.

이처럼 의료개혁은 정치와 경제, 복지와 재정, 이익단체의 사회적 요구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이를 실행하는 것은 참으로 지난한 과제임이 분명하다.

2017년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은 어린이 병동을 찾아 ‘사람이 우선인 나라, 의료비 걱정에서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하였다.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고액 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을 방지하기 위해 2022년까지 5년에 걸쳐 완성하기로 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그 후 2년의 시간이 흐른 현재, 우리는 정책의 의의와 성과를 돌아보며 미래를 가늠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1977년 7월 의료보험을 시작한 지 12년 만인 1989년 7월 국민 모두가 의료보험에 가입하는 전국민 의료보장을 달성하였다. 이는 세계 가장 짧은 기간에 보편적 의료보장을 실현한 것이다. 국민들의 의료접근성을 크게 향상시켰고,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국민건강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켜 국제사회(WHO)에서 ‘보편적 건강보장의 롤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1989년 의료개혁은 사실상 불완전한 의료보장 시스템이었다. 모든 의료서비스를 건강보험에 넣지 못하고 비급여 항목이 잔존하면서 보험적용을 받은 후에도 본인부담금은 부담스러웠고, 상한선이 없는 고액진료비는 저소득층과 중산층을 크게 위협하였다. 즉 재난적 수준의 의료비를 감당하지 못한 건강보험의 불완전성이 지금의 보장성 강화 대책을 태동시켰다고 할 수 있다.

보장성 강화의 최종 지향점은 모든 의료서비스를 건강보험이 포용하고 재난적 의료비로 인한 가계 파탄을 막을 수 있도록 보장성을 확대하는 것이다. 줄어든 의료비 부담은 가계의 구매능력을 보강하여 생산을 자극하게 되고, 이는 국가 경제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이다.

‘비보험’ 인구를 없앤 것이 제1차 전국민 의료보장이라면 ‘비급여’를 없애는 것은 제2차 전국민 의료보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1989년 출발한 전국민의 건강보장 개혁이 2022년에 비로소 완성하게 되는 것이다.

지난 2년간 건강보험 적용 범위가 크게 확장되면서 선택진료비 폐지, 초음파·MRI 건강보험 적용, 치매의료비 국가책임제 실시, 치과·한방 건강보험 적용(추나요법, 복합레진 충전치료, 구순구개열 치아교정 등), 만 65세 이상 어르신 외래 진료비용 본인부담금 제도 개편 등, 과거 비급여로 적용되던 많은 부분들이 건강보험의 범위 안에 들어왔다.

일부에선 현 정부의 보장성 강화 대책이 후대에 짐을 지어 줄 수 있다는 우려를 한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후대에 짐을 주지 않기 위해 시행된 제도라고 볼 수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커질수록 국민이 직접적으로 내는 본인부담금은 줄어들면서 국민 의료비가 낮아진다.

또한 세계 1위의 저출산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는 한국적 상황에서 보장성마저 낮아지면 결혼 기피, 저출산, 가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이는 후대에 더욱 커다란 짐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이는 오히려 후대가 떠안게 될 고령화 시대 의료비 급증의 문제를 미리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정책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국민의 기대수준 상승 등으로 인해 건강보험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하루가 다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여전히 60%대에 머물러 있고, 인구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부담은 증가하여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또한 2016년에 동결된 정부지원금은 2017년에는 오히려 3170억 원 감소 지원되었으며, 2018년에는 국회 심의과정에서 증액안 중 1,317억원이 삭감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정부지원금의 규모가 안정적이지 않고 들쭉날쭉하여 정책의 지속가능성에 제동이 걸리는데, 이는 법률에 국고지원규모에 대한 산정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장성 강화의 완성을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여러 난관에도 불구하고 지난 2년간의 보장성 강화는 합격점을 받았다고 평가할 만하다. 전국민 건강보험제도 30주년과 보장성강화정책 2주년을 맞이하여 실시한 국민여론조사 결과, 국민 절반 이상인 53.9%가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으며 잘못하고 있다고 답변한 부정적인 평가는 11.5%로 나타나고 있다.

물론 비급여의 급여화에 따른 의료수가 문제로 의료계의 우려는 여전하지만, OECD 선진국의 일원으로서 국가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 할 것이다.

전국민 건강보험 시행 30년을 맞이한 한국의 건강보험은 앞으로도 보장성 강화와 안정적인 재정운용을 통해 ‘병원비 걱정 없는 세상, 더 건강한 세상’으로 한 발 더 나아 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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