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를 관통해 흐르는 태화강 상류의 큰 바위에 암각화가 그려져 있다. 국보 제285호 ‘반구대 암각화’다. 이 암각화에는 소나 호랑이, 표범, 사슴 등 육지 생물들의 모습도 새겨져 있지만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이 고래다. 원시적으로 쪼아 선을 만들었지만 고래의 묘사가 세밀하다. 새끼에게 젖을 빨리는 귀신고래, 앞뒤의 색이 다른 범고래, 수많은 세로줄 무늬가 난 유별나게 큰 긴수염고래 등이 빼곡히 그려져 있다.

고래를 사냥하는 모습도 자세하게 그려놓았다. 10명도 넘는 사람이 긴 나무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 작살을 던지는 모습과 얼기설기 쳐 놓은 그물도 보인다. 학계에서는 이 암각화가 문자가 없었던 석기~청동기시대, 약 7000년 전쯤에 그려진 것으로 보고 있다. 반구대 암각화가 보여 주는 것처럼 고래 사냥은 7000년이 아니라 수만 년 전부터 해온 것으로 보고 있다.

고래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옛날에도 ‘바다의 로또’였다. 다양한 맛을 내는 고기는 풍부한 식량이 되고, 뼈는 도구나 장신구가 됐다. 기름으론 불을 밝히고 수염은 솔로도 사용했다. 고래 기름은 19세기 산업혁명을 돌리는 윤활유가 되기도 했다. 공업용 윤활유로 수요가 급증해 포경산업이 번창하게 됐다. 세계적으로 고래 잡이가 성행, 바다에 고래가 급격히 줄어들자 마침내 1931년에 고래사냥 규제 논의가 시작되고, 1946년에는 국제포경규제협약이 만들어졌다. 고래가 멸종 위기를 맞자 1985년 국제적으로 상업포경 전면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하지만 일본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과학포경’이란 미명 아래 해마다 200~1200마리의 고래를 잡아왔다. 지난 2016년 국제포경위원회는 ‘일본 포경 규제 결의안’을 채택하고, 2018년 고래를 영구 보존하는 ‘플로리아노폴리스 선언’을 채택 했다. 이런데도 일본은 지난달 30일 국제포경위원회를 탈퇴하고 배타적 경제수역에서 1일부터 상업포경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6년 이후 고래잡이를 중단하고 있다. 우리 동해와 남해 등 연근해에 밍크고래 등 31종의 고래가 살고 있는데 일본의 작살질로 씨가 마르지 않을까 우려된다. 특히나 동해의 우리 수역에 살고 있는 1500여 마리의 밍크고래가 걱정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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