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기계의 경계서 바라보는 색다른 통찰

김재아 작가‘꿈을 꾸듯 춤을 추듯’.

인간과 기계에 대한 철학적이고도 실존적인 질문 ‘꿈을 꾸듯 춤을 추듯’(그래비티북스 ·김재아)은 AI가 느끼는 인간세계에 대한 깊은 심연과 통찰이 김재아 작가만이 지닌 독특한 상상력과 절제미 느껴지는 담백한 문체와 어우러져 따듯하고 아름답게 펼쳐진다.

국내 SF 작품을 꾸준히 출간하는 그래비티북스가 내놓는 일곱 번째 GF 시리즈.

138억년을 인공신경프로그램으로 살다 식물인간 몸에 이식돼 인간으로 다시 태어난 존재에 대한 신비롭고도 애틋한 뇌과학 장편SF이다.

소설은 인간으로 태어난 그가 눈을 뜨는 장면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는 그가 ‘영원한 친구’인 인간 몽이와 우정을 나누는 모습을 보고, 인간이 되기 전 겪은 거대 진화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함께 따라가게 된다. 그리고 죽음연구소에서 만난 엘리야와 나누는 대화를 듣다 보면 어느덧 존재에 관한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우리는 누구인가?’

특히 ‘꿈을 꾸듯 춤을 추듯’은 뇌과학SF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다. 인간의 고유한 영역이라 여겼던 ‘뇌의 사유’. 여기에 로봇, 인공지능이 불쑥 들어왔다.

더 이상 인간의 고유한 가치에 대한 고민을 늦출 수 없다. 인간과 기계를 구분 짓는 본질은 무엇인지, 어디까지를 인간으로 보고 기계로 볼 것인지, 마음과 이해를 가진 존재를 과연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뇌과학은 이런 질문에 중추적 역할을 한다.

‘꿈을 꾸듯 춤을 추듯’은 현재 시점에서 우리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인간과 기계에 대한 고민까지도 고스란히 잘 담아냈다. 단순히 재미와 흥미만을 쫓는 SF가 아닌, 뇌과학을 소재로 철학적 사유까지 이야기한다.

작가 김재아는 2010년 어느 웹진 문학상으로 등단했다. 수많은 과학자들과의 만남, 어쩔 수 없이 긴 소설을 써야만 했던 운명이 작가의 자리로 이끌었다.

‘투고’란 이름으로 어느 날 그래비티북스에 도착했던 두툼한 제본 책. 희끄무레했던 표지의 제본 책은 섬세하고도 감각적인 선이 살아있는 세련된 표지를 갖추고 한 권의 책으로 탄생했다. 이제 이 책은 다양한 독자들과 만남만을 기다리고 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