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부터 2대째 이어온 전통 육회 맛집…육회비빔밥·된장찌개도 '환상의 궁합'

영천시 성내동 화평대군 식당.
영천시 성내동 화평대군 식당.

"육회를 좋아하는 남편을 위해 영천의 맛집을 폭풍검색 한 곳이 화평대군이에요." 최근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글이다.

‘한우의 고장’ 영천시는 대표 음식으로 육회가 유명한데 화평대군 편광호 사장은 이곳에서 2대째 한우전문 식당을 운영하면서 자존심과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한우전문 식당 ‘화평대군’은 선친인 편철수 씨가 1975년 ‘화평식육식당’을 개업, 탄탄대로를 달리며 10년 이상 장사가 번창했다. 하지만 IMF와 경영미숙으로 사업이 어려움에 부닥치자 2000년 초 막내아들 편광호 사장이 가업을 이어 지금까지 45년째 선친에 이어 2대째 한우전문 식당을 운영해오고 있다.

1975년 가게 앞에서 1대 편철수 사장 부부.
1975년 가게 앞에서 1대 편철수 사장 부부.

1대 편철수 사장은 영천시 화북면이 출신으로 1975년 시내에 한우식당을 차려보겠다는 포부를 품고 그 당시 번화가였던 서문통에 화평식육식당을 열었다.

자가용 승용차가 별로 없던 시절, 시외버스터미널 인근에 자리를 잡은 편 사장은 식육과 식당을 같이 운영해 소 한 마리 잡는 날(일주일 2회)이면 손님들로 넘쳐났다.

이렇듯 가게가 번창하자 편 사장은 1980년대에 들어 일반 사람들에게는 파격적이며 잘 찾지 않는 ‘우둔살(육회 핵심 재료)’로 육회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 도전하는 음식이라 양념에서 고전하며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한 뒤 지금의 육회 양념 재료인 미나리와 파를 기본으로 하는 간장양념을 개발했다.

편 사장 부부는 이러한 노력의 결과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해 경북 등 전국 각지에서 주말이면 육회를 먹기 위해 영천으로 발길이 이어졌다.

1980년대 후반까지 승승장구하던 화평식육식당은 "손님들에게 신선하고 질 좋은 소고기를 싸게 팔아야 한다"는 편 사장의 고기에 대한 외고집으로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를 지속해 어려움에 부닥친다. 이후 화평식육식당은 이름만 보존한 채 10여 년 장사를 이어갔다.

2대 화평대군 식당 편광호 사장.
2대 화평대군 식당 편광호 사장.

2000년 초 막내아들 편광호 사장이 가업을 이어받아 선친 시절 번화가였지만 상권이 쇠퇴한 그 자리에 증조부가 지어 준 화평식육식당의 ‘화평’에 ‘대군’이라는 이름을 붙여 새롭게 오픈했다.

2대 편 사장은 "‘고객들에게 좀 더 신선하고 질 좋은 고기를 공급해야 한다’는 선친의 신념과 전통을 이어간다는 굳은 결심과 함께 육회와 주물럭을 기반으로 장사에 매진했다.

편광호 사장의 고집스러움이 입소문이 나면서 1년여가 지나자 화평대군에 육회를 맛보려는 손님들로 붐비며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3년 편 사장은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45년 이미지를 간직한 채 영천시 성내동 현재의 위치로 옮겨와 대형 식당을 차렸다.

육회비빔밥
육회비빔밥
육회비빔밥
육회비빔밥

화평대군은 오래전부터 지역 주민들이 자주 찾는 맛집일 뿐 아니라 영천을 방문하는 유명 연예인들도 한 번은 들리는 소문난 육회 맛집이다.

지난해 연말 뽀빠이 이상용 씨는 영천시노인대학 특강을 마치고 나오면서 "멀리 이곳 영천까지 와서 그냥 갈 수 없다"며 발길을 재촉했다. 이유인즉 "예전 영천에서 맛본 화평대군의 육회 맛을 잊을 수 없다. 살아생전 언제 또 올지 모르는데 이렇게 왔을 때 육회를 먹고 가야 한다"고 찾아오기도 했다.

이렇듯 영천은 육회로 유명하다. 이 가운데 육회 전문점 화평대군은 맛집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상추, 파절이와 고소하게 버무려진 육회에 밥을 쓱쓱 비벼서 한 입 먹으면 고소한 것이 달달한 맛이 나는 게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육회의 생명은 신선함인데, 화평대군의 육회는 맛집답게 선홍빛에 윤기가 좔좔 흐르고 쫄깃하고 부드러우며 매콤한 비빔밥과 어우러져 꿀맛 같다.

된장찌게
된장찌게

여기에 육회비빔밥과 환상 짝꿍 화평대군의 구수한 된장찌개는 간도 삼삼하니 자극적이지 않아 좋다.

편광호 사장은 "힘들 당시 부모님을 생각하며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라도 큰 성공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이어받은 가업을 10년, 20년 전통을 이어가고 싶고 2대째란 자존심과 명성을 지켜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권오석 기자
권오석 기자 osk@kyongbuk.com

영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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