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이 점심으로 나온 빵과 우유를 받기 위해 줄을 서 있다.
3일 오전 11시 학생들의 점심시간이 시작되기 전 김천의 A 초등학교를 찾았다.

1041명의 학생이 있는 A 초등학교는 비정규직 노동자 파업으로 이날 급식이 중단된 김천지역 초등학교 가운데 학생 수가 가장 많다.

다른 날 같으면 맛있는 음식 냄새와 음식준비로 분주한 조리원들로 점심시간이 다 됐음을 알려주던 학교급식소는 조용했다.

급식소에는 영양 교사와 다른 한 명의 직원이 이날 아이들 점심으로 나눠줄 빵과 우유 상자를 정리하고 있었다.

이 학교는 비정규직인 조리원 9명 모두가 파업에 참여했다.

학교는 예고된 이 날 파업에 대비해 지난달 27일 급식 대체 방안에 대한 학부모 의견을 수렴했다.

그 결과 44%의 학부모들이 학교 간편식 제공을 결정해 학교는 그 결정에 따라 학생들에게 빵과 우유를 급식으로 제공했다.

985명의 학부모가 참여한 가운데 433명(44%)의 학부모가 학교 간편식 제공, 329명(33%)은 점심 도시락 지참 의견을 냈다. (학교장 재량결정 16%, 무응답 7%)

점심시간이 가까워져 오자 B 교장이 급식소에 도착했다.

이날 오전 열린 기관회의에 참석한 B 교장은 아이들의 급식 걱정에 서둘러 회의를 마치고 학교로 왔다.

점심시간이 시작되고 학생들이 급식소에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이 학교 급식소는 한 번에 350명이 식사를 할 수 있어 학년별로 세 번에 나눠 점심식사를 한다.

이날 배식은 영양 교사와 담임, 급식소 직원 등 3명이 책임졌다.

비정규직 파업과 급식 중단 등 어른들의 복잡한 세계를 자세히 알 수 없는 학생들은 달라진 식단에 신기해하는 표정이었다.

학교의 사전 알림과 집에서 엄마, 아빠를 통해 이야기를 들어 이날 밥 대신 빵과 우유가 나오는 것을 알고 있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개인 도시락을 싸 온 학생도 몇 명 있었다.

B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들도 이날 학생들과 같은 간편식으로 점심을 했다.

배가 고프지 않을까 영양이 부족하지 않을까 걱정하던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에게 학생들은 해맑은 목소리로 “맛있어요”라며 까르르 웃었다.

순간 “왜 오늘은 밥이 없어요”라는 질문에 학부모들과 교사들은 ‘무슨 대답을 했을까’는 궁금증과 ‘나는 무슨 대답을 해야 하나’는 걱정이 앞섰다.

김천지역에서는 조리원 77명, 조리사 20명, 돌봄전담 교사 24명, 특수교사 실무사 등 125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파업에 참여했다.

이로 인해 초등학교 14개, 중학교 3개, 고등학교 4개 등 21개 학교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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