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진 반납시 교통비 등 지원 추진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5월 30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도로교통공단 주최 ‘교통사고 줄이기 한마음대회’에 참석해 고령운전자 인지기능 검사를 하고 있다. 연합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가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증 자진 반납 제도를 잇달아 도입하고 있다.

경북도는 황병직(영주·무소속) 도의원이 발의한 ‘경북도 교통안전 증진 조례’를 제정해 지난 5월 말 공포했다. 조례안은 도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교통안전 기본계획과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공모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관련 사업이나 행사에 대한 지원을 규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운전면허증을 스스로 반납하는 경우 교통비 등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 도내 시·군이 관련 조례를 제정하면 도가 예산을 일부 지원한다.

경북도 조례를 근거로 포항시가 먼저 지난달 4일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포항시는 75세 이상 운전자가 운전면허증 반납하면 교통비를 예산 범위 안에서 지원하기로 하고 내년 시행을 목표로 지원 금액 등 세부 내용을 마련하고 있다.

포항시 관계자는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면 지원금을 준다는 그 자체보다도 그러한 제도를 시행함으로써 어르신들 교통사고 위험성을 알리고 자각시키는 데 더 큰 목적이 있다”고 말했다.

영천시의회도 지난달 25일 이갑균 의원이 발의한 ‘영천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에 관한 조례안’을 가결했다. 이 조례안은 교통비 지원 대상을 70세 이상으로 정하고 있다. 영천시는 면허 반납 때 장롱면허 소지자는 10만원, 실제 운전자는 이에 조금 더해 일시금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이외에도 김천, 영주, 경산, 청도 등 시군들도 관련 조례제정을 추진 중으로 하반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군위군과 군위경찰서는 운전면허 반납자에게 지역 실정에 맞는 어떤 인센티브를 줄 것인가에 대한 검토 및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예천군은 ‘고령운전자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지원조례’를 발의했고, 구미시 교통안전조례 중 일부개정 입법 예고 중으로 65세 이상 면허 자진반납자 교통비 지원 등 교통수단과 관련된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

영덕군은 지난달 중순께 1명이 반납 사례가 있었지만, 혜택은 없었다.

반면, ‘산간오지’로 인식되는 경북 시골지역의 특징을 파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몇 시간에 한 대씩 다니는 버스에 의존해야 하는 농어촌 지역과 대중교통이 다양한 도시를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는 것 자체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의견이다.

울진군 온정면 남 모(77)씨는 “시내 지역에서야 대중교통수단이 다양하니 장롱면허나 몸이 불편하다면 면허증을 반납할 수도 있겠지만, 농촌지역은 상황이 다르다”며 “이동수단 자체가 사라지는 꼴”이라고 말했다.

봉화군 상운면 설매리 한 주민(72) 역시 “만약 나이가 많아서 반납했다 하더라도 가까운 읍내라도 나가려면(단거리 이동을 위해) 오토바이 면허를 재취득해야 하는 불편이 따를 것”이라며 “시골에서는 반납하려는 노령자가 많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경북에서 고령 운전자 운전면허 반납 사례는 매년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북경찰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운전자 운전면허 반납 사례는 지난 6월에만 85명인 것으로 파악됐다. 2017년 123건, 2018년 313건, 올해 5월까지 444건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경북도내 교통사고 사망자는 1355명이며, 이 중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가 유발한 교통사고 사망자는 328명으로 조사됐다.

황병직 경북도 의원은 “이번 조례 제정은 초고령사회에서의 고령운전자에 대한 배려 문화를 확산시키고, 고령운전자가 자발적으로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는 경우 교통비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남현정 기자
남현정 기자 nhj@kyongbuk.com

사회 2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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