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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일본에 '상응조치' 저울질…소재부품 국산화 집중지원
정부, 일본에 '상응조치' 저울질…소재부품 국산화 집중지원
  • 연합
  • 승인 2019년 07월 07일 06시 54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7월 07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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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제소’ 방침만 밝힌 정부…대일 수출 제한 등엔 신중
기술 확보 품목 양산 지원…추경에 반영할 예산 항목 취합
4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열린 ‘소재·부품·장비 관련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가운데)과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 문미옥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회의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정부가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상응 조치’를 저울질하고 있다.

정부는 ‘철저히 국익 관점에서 대응하고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에 따라 적시에, 적절한 수위로 맞대응할 수 있는 카드를 마련해두고자 물밑에서 활발히 움직이는 모습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산업구조 변화를 위해 핵심 소재 부품·장비의 국산화를 집중 지원하기로 하는 등 중장기 대책도 가동하기로 했다.

◇ WTO 제소 외 ‘상응 조치’ 준비…전면전 확대 ‘맞보복 카드’엔 신중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일본이 한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반도체·디스플레이의 3대 핵심 소재 수출 제한 조치에 이어 추가 ‘경제 보복’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외에 ‘상응 조치’를 위한 카드를 검토 중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4일 “일본이 규제조치를 철회하지 않으면 WTO 제소를 비롯한 ‘상응 조치’를 다각도로 마련하겠다”며 “국제법, 국내법상 조치 등으로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일본의 보복 조치를 예상해 그동안 ‘대응 리스트’를 준비해왔다는 게 정부 설명이지만 구체적인 대응책에 대한 언급은 삼가고 있다.

청와대와 정부 내부에서는 “솔직히 마땅한 카드를 찾기 쉽지 않다”라거나 “결국 외교적 방안으로 풀어야 한다”는 말도 흘러나온다.

산업계 안팎에서 가장 직접적인 ‘상응 조치’로는 주요 품목의 대일 수출을 제한하거나 일본산 수입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우리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이 60%대 중반에 달해 일본 기업이 상당 기간 대체하기 어려운 메모리 반도체 등 품목의 대일 수출을 마찬가지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이럴 경우 일본의 더 강한 추가 보복을 불러 ‘전면적인 경제·무역 전쟁’으로 확전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정부로서는 신중한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일본의 이번 수출규제 조치는 그간 수출 절차에 편의를 봐주던 것을 다시 엄격히 하겠다고 한 것으로 수출을 금지한 게 아니다”라며 “거기에 대해 관세를 높이거나 수출 제한을 하는 건 ‘상응 조치’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추가 보복 조치에 맞설 카드로 농산물 수입 제한, 엄격한 비자 발급, 송금 제한 등 갖가지 아이디어가 나오지만 그 효과에 의문이 제기된다. 민간 차원에서는 일본산 제품 불매 운동에 나서거나 일본 관광을 자제하자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의 대한국 수출규제 조치에 따른 반도체 등 생산 차질로 결국 피해를 보게 될 미국·중국·유럽(EU)과 국제 공조를 통해 대일 압박을 가하는 방안, 수입 대체처를 발굴하는 방안 등도 단기적인 위기 타개책으로 거론된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전략물자의 수출 절차를 간소화해주는 ‘화이트 국가’의 명단에서 한국을 빼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등 일본의 ‘경제 보복’이 다른 산업계로 확산하고 기간도 길어질 가능성이 제기되자, 정부는 반도체 소재뿐 아니라 자동차와 정밀화학 등 다른 산업 분야도 세부 품목 점검에 나섰다.

정부는 일본 수출규제 대상에 오를 수 있는 ‘100대 품목’을 추려 대비하고 있지만 역시 전략 노출을 이유로 세부 내용은 함구했다.

◇ ‘日 타깃’ 품목들 최단 시간 내 자립화 집중 지원…“추경 반영해 예산 투입”

정부는 이번에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3개 품목을 포함해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부품·소재·장비 등의 국산화를 최단 시간 내 이룰 수 있도록 자립화를 집중 지원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핵심 기술개발과 사업화, 실증 등 관련 분야 사업을 적극 추진해 대일 의존도를 낮추고, 핵심 부품 등에 대한 자립도를 높여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반도체 장비·부품·재료의 국산화율이 30∼40%에 불과하고, 소재 관련 연구 인력이나 기술 개발 역량이 부족한 ‘반도체 강국’의 취약점이 드러났다.

일단 정부는 일본의 추가 제재가 가능한 품목들을 뽑아낸 뒤 가장 이른 시간 안에 자립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돕기로 했다.

이미 기술을 확보한 품목은 본격적인 양산에 들어가도록 유동성을 지원하고, 상용화 단계에 있는 기술은 기업들과 협력해 실증 테스트에 들어간다. 아직 기술 개발 단계인 품목들은 연구·개발(R&D) 투자를 신속 지원한다.

기재부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당장 연내 추진이 가능한 사업들과 소요 예산을 긴급 취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의가 시작되면 연내 추진이 가능한 사업들을 반영하기 위한 준비도 하고 있다. 내년도 예산 편성에도 관련 사업 예산을 적극 반영키로 했다.

국회 예결위 관계자는 “정부에서 과기부와 산업부를 중심으로 추경에 반영할 소재 지원사업들을 긴급 취합해 어느 정도 사업을 확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추경 심사 과정에서 증액이나 신규사업으로 반영할 계획으로 안다”고 말했다.

중장기 전략도 추진한다.

정부는 내년부터 10년간 반도체 소재 부품·장비 개발에 매년 1조원 이상을 투입하기로 했다. 일반 소재·부품·장비의 경우 2021년부터 6년간 5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달 중 부품 소재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양팽 연구원은 “우리 기업이 일본 거래처와의 오랜 관계 때문에 그동안 부품·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이거나 개발에 적극적이지 못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런 사태가 벌어져 정부가 공식적으로 지원해도 일본 기업 측에서 할 말이 없게 됐다”며 “연구개발 투자를 집중해 차세대 반도체 개발 때는 처음부터 일본 장비와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국산 장비와 소재로 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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