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경북포럼] 여행의 기술
[새경북포럼] 여행의 기술
  •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 승인 2019년 07월 07일 16시 06분
  • 지면게재일 2019년 07월 08일 월요일
  •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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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이상식 포항지역위원회 위원·시인

여행은 힘들고 어렵다. 홀로 부담을 감내하는 자유 여행은 한층 그러하다. 준비로 긴장되고 여정도 고달프고 여독은 이어진다. 한데도 그들은 떠남의 로망을 꿈꾼다. 도대체 어떠한 마력이 사람들 가방을 싸도록 부추길까.

근자 배낭여행을 다녀왔다. 차마고도와 실크로드를 대충이나마 탐방하는 발걸음. 짝꿍의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당초 일정을 보름 남짓 단축한 여로였다. 장기간 해외여행은 시간·금전·건강·열정 거기다 가정의 평화가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근데 후자는 어쩔 수 없는 듯하다. 귀국 직후 알랭 드 보통의 에세이 ‘여행의 기술’을 꺼냈다. 한 달간의 여정을 돌아보는 소회의 시간을 갖고 싶었다. 예전에 읽었던 책이나 공감이 진했던 탓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여행은 생각의 산파’라고 저자는 말한다. 새로운 사고는 참신한 장소를 요구한다. 환경이 바뀌면 기분도 덩달아 변한다.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차창 밖을 보면서, 수많은 느낌이 마치 실타래 풀리듯 술술 떠오르는 상황을 겪었으리라.

또한 비행기가 이륙하는 순간의 해방감과 구름 위의 식사를 말한다. 지구 밖의 풍경을 보면서 받아든 한 끼는 특이한 체험이 아닐까 싶다. 상하이에서 탑승한 중국동방항공 기내식은 한국산 일색이었다. 요구르트와 롤빵은 물론 농협김치도 제공됐다. 외국 항공사임에도 한국인 고객에 대한 배려가 물씬했다.

굉음을 울리며 질주한 기체가 땅을 이탈하는 비상의 시점은 무척이나 짜릿하다. 나는 비행기가 치솟을 때면 마음의 방귀를 뀌면서 자유의 환호성을 지른다. 마침내 유람의 토대가 마무리된 듯 기지개를 켜면서 편안해진다.

알랭 드 보통은 ‘이국적’이란 어휘에 대해서도 말한다. 여행의 기쁨 중 하나는 색다른 풍물 때문일 것이다. 교통 안내판과 건물의 색상, 낯선 의복과 장식 게다가 상이한 언어에 이르기까지 특징적 정취가 호기심을 일깨운다. 중국 전역의 도시 이름을 도로명으로 정한 상하이 풍광도 인상적이다.

그는 특정 유적지를 찬하는 관광 안내서를 말한다. 그것은 자신의 평가에 부응할 만한 태도를 가지라는 압력이라고 평한다. 대신 스스로 방향을 잡아 혼자만의 목록을 만들라고 권한다.

돈이 아까운 관광지가 많다. 특히 중국 여행에서 큰 부담은 숙박료나 식사대가 아니다. 바로 입장료다. 갈취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비싸다. 일자리 창출의 목적인지 몰라도 요소마다 빵차를 이용하게끔 설계됐다. 매리 설산의 경우 보험료도 포함해서 받는다. 참고로 인민공원과 공산당 관련 기념관은 공짜다.

저자는 덧붙여 말한다. 아름다움을 소유하려는 것은 소중한 본능이기에 카메라나 추억의 물건을 가지라고. 존 러스킨은 여행을 하면서 스케치를 하라고 논한다. 그 과정에서 세밀한 부분을 살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소설 ‘홍루몽’에는 가정이 식객들에게 신축한 대관원의 풍경에 걸맞은 작명을 해달라는 장면이 나온다. 명칭은 위력이 살갑다. 중국 서북부의 오지 중뎬은 샹그릴라로 개명한 후에 관광객이 폭증했다고 전한다.

명소는 태어나기도 하지만 일면 만들어진다. 지자체는 8경 심지어 12경을 선정해 홍보에 열중이다. 이들은 탈락과 추가의 영욕을 맞기도 한다. 물리적 범위에 인간의 감정이 투사된 의미 공간인 토포필리아가 너무 가볍다는 판단이다. 여하튼 그만한 명색이 있는지는 방문객이 표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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