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원장, 불법 농성 철거 촉구…민노총-대책위, 8일 규탄대회

김태년 의료원장의 ‘교직원들게 드리는 글’ 일부.
대구 영남대의료원 고공농성이 8일째 이어지면서 장기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김태년 의료원장(영남대학교 의무부총장)이 불법점거행위인 고공농성 철회를 촉구한 데 이어 노동단체가 이에 반발하는 집회를 진행해 갈등은 점차 심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7일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이하 민노총) 등에 따르면, 앞서 지난 4일 김 원장은 ‘교직원께 드리는 글’을 통해 과거 불법파업으로 대법원에서 해고확정 판결된 노동조합의 전 지도위원과 전 사무장이 의료원 본관 옥상을 불법 점거했다며 이유를 막론하고 두 분은 하루빨리 위험한 불법 농성을 철회하고 안전하게 옥상에서 내려오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의료원이 겪은 두 번의 큰 아픔으로 1995년 51일 동안 불법 파업과 2006년 9개월 이상 불법 행위가 그것이라고 언급했다. 불법 파업으로 수십억 원의 경제적 손실, 교직원의 임금동결, 사기저하, 환자, 보호자를 위한 의료 투자 지연 등 의료원이 큰 손실을 봤다는 것이다.

지난 1일부터 고공농성 중인 민주노총 보건의료노조 박문진(58·여) 지도위원과 송영숙(42·여) 영남대의료원지부 부지부장은 2006년 당시 해고된 노동자다.

이들에 대해 김 원장은 대법원 정당해고확정판결 이후에도 노조는 해마다 교섭과 집회로 해고자 복직을 요구했지만, 의료원은 대법원 판결로 최종확정된 해고에 대한 복직허용방안을 찾을 수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옥상 불법점유농성 외에도 노조는 환자가 대기하고, 약을 받는 공간인 1층 로비를 불법 점유하는 것은 의료원 발전과 환자를 위해 시위한다는 노조 자신들의 주장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불법행위를 이어가면 법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반발한 민노총은 ‘영남대학교 노동조합 정상화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와 함께 8일 영남대의료원 호흡기전문질환센터 앞에서 김 원장 발표와 입장에 대한 규탄기자회견을 진행한다고 7일 밝혔다.

민노총 관계자는 “고공농성이 일주일이 넘었지만, 그동안 노조와 해고자의 요구를 외면한 의료원 입장은 다를 바 없다”며 “특히 김 원장의 글은 노동자들과 대책위를 다시 한번 개탄하게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앞서 의료원장과 면담한 한 단체 대표는 의료원장 면담 후 ‘마치 벽을 보고 대화하는 듯하다’고 했다”며 “지난 13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노조와해와 탄압으로 일관했던 영남의료원은 이제 노조 정상화와 정당한 노조활동에 따른 해고자 원직 복직, 의료원을 포함한 영남학원재단이 노조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지도위원과 송 부지부장은 지난 1일 오전 5시 50분께 건물 15층 높이(지상 약 70m)의 영남대의료원 본관 옥상에 올라 7일 현재 노조탄압 진상조사와 책임자 처벌, 해고자 복직 등 요구사항이 명시된 대형현수막을 내걸고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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