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리학 교육기관의 전형으로 사람들이 후학 양성위해 세워
"오늘날 한국 교육열의 원천"

우리나라 최초 사액서원인 영주 소수서원 전경
세계뮨화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서원은 조선 시대의 철학적 담론을 생산한 지식의 저장고이다.

서원은 수백년 이어진 성리학 교육기관 전형으로 당대 성리학의 대가들이 후학들을 교육해 관리를 내보내 성리학을 정치체계에 활용해 백성들을 이롭게 했다.

향촌사회에서 자체적으로 설립한 사설 학교인 서원은 대부분 관직에 나아가지 않은 사림들이 지역을 대표하는 선배 유학자를 기리고 후학을 양성하려고 세웠다.

강학과 제향 통해 학맥 형성한 ‘한국에서 진화한 유학 시설’이다.

이들 서원은 영주 소수서원 안향과 주세붕, 안동 도산서원 이황, 안동 병산서원 류성룡, 경주 옥산서원 이언적, 달성 도동서원 김굉필, 함양 남계서원 정여창, 정읍 무성서원 최치원과 신잠, 장성 필암서원 김인후, 논산 돈암서원 김장생을 각각 배향했다.

“서원은 조선시대 성리학을 학습하고 선배들을 따라 배우던 공부의 전당이었다. 성리학은 사람의 본성을 찾아 선한 마음을 기르고자 했던 공부 방법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이 펴낸 책 ‘도산서원’은 6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서원(書院)을 이렇게 정의했다. 이 책에서 철학자인 최진덕 한중연 교수는 “주자학(성리학)이라는 이념이 서원의 영혼이라면, 서원이라는 제도는 그 이념을 역사 안으로 실어 나르는 몸이었다”고 주장했다. 불교와 사찰, 기독교와 교회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것처럼 서원은 성리학이라는 학문이 철저하게 구현된 공간이었다.

서원의 양대 기능은 강학과 제향이다. 보통은 앞쪽에 공부하는 강당과 기숙사를 두고 뒤쪽에는 선현을 위한 사우(祠宇)를 지었다. 아울러 지역 풍속을 순화하거나 도서를 보관하고, 정치적 여론을 형성하는 역할도 맡았다.

세계유산 ‘한국의 서원’(Seowon, Korean Neo-Confucian Academies)은 우리나라에 자리 잡은 수많은 서원 중에서도 16∼17세기에 설립돼 역사적으로 가치가 크고,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된 서원 9곳을 지칭한다. 서원은 조선 후기에 약 700곳에 달했으나, 고종 집권 이후 흥선대원군이 서원과 사우(祠宇) 47곳을 제외하고는 모두 훼철했다.

문화재청과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은 세계유산 필수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가치(Outstanding Universal Value, OUV)로 이 같은 전통과 기능을 설명하면서 “조선에서 만개한 성리학의 사회적 확산을 주도한 교육기관 전형이자 무형적, 역사적 독특성의 탁월한 증거”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적으로 진화한 유학 교육 시설 특징을 보여준다”며 성리학이 동아시아 전역에 확산해 지역적 특색을 가지며 꽃 피운 중요한 사례라는 점을 내세웠다.

아울러 “제향, 강학, 회합과 유식 등 각각의 영역이 지형과 경관을 적극적으로 이용해 건축 전형을 완성했다”며 “정형성은 건축물 배치 방식으로 확인된다”고 덧붙였다.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는 모두 10개이며, 이 가운데 6개를 문화유산에 적용한다. 그중 하나만 충족해도 세계유산이 되는데, 우리 정부는 한국의 서원이 세 번째인 ‘현존하거나 이미 사라진 문화적 전통이나 문명의 독보적 또는 적어도 특출한 증거일 것’과 네 번째인 ‘인류 역사에 있어 중요 단계를 예증하는 건물, 건축이나 기술의 총체, 경관 유형의 대표적 사례일 것’을 충족한다고 신청했다.

통합보존관리단 관계자는 “서원은 오늘날 한국 교육열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곳”이라며 “바른 심성을 가진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는 서원의 건립 철학이 미래에도 영감을 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곽성일 기자
곽성일 기자 kwak@kyongbuk.com

행정사회부 데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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