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속도라는 게 있다고 한다
떨어지는 물체의 중량과
공기의 저항이 같아
떨어지는 물체의 무게가 없어질 때의 속도라는 것,
이를테면
물박달나무 가지에서 뛰어내린 날다람쥐가
애총(塚) 돌무더기 곁에 사뿐히 뛰어내리는 것도,
상수리나무에서 떨어진 상수리 열매가
떼구르르 굴러가다가 하늘 쪽으로 무연히 멈춰서는 것도
68년을 살고 간, 산정묘지*의 시인이
육신의 무게 훌훌 벗어놓고
가벼운 몸 되어 명부(冥府)로 옮겨 간 것도,

* 조정권의 시집.




<감상> 종속도는 떨어지는 물체의 저항과 중력이 균형 맞아서 가속도 감속도 되지 않는 속도라지요. 날다람쥐도 이 속도를 애용할 줄 알고, 상수리 열매도 하늘 쪽으로 무연히 멈춘 줄 알고, 어치도 파묻어 놓은 상수리 열매 반쯤은 잊어버리니 속도의 균형을 맞출 줄 알아요. 범인(凡人)들은 감속할 줄 모르고 가속 페달만 밟으니 종속도라는 개념을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가 없지요. 가속하거나 감속하거나 삶의 전체를 두고 보면 종속도에 이르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종속도가 바로 속도의 끝인 죽음이지요. 육신의 무게를 벗어놓고 가벼운 몸으로 피안(彼岸)의 세계로 들어가 업보대로 윤회한다면 균형이 맞을까요.<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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