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업 수출규제 확대 촉각…장기적 대응책 마련 목소리도

한국마트협회와 전국중소유통상인협회 등이 지난 5일 기자회견을 열어 마일드세븐 등 담배와 아사히,기린 등 맥주, 포카리 스웨트,조지아 등 음료류를 전량 반품하고 판매중지에 나섰다고 밝혔다. 대구와 경북지역 마트 등 200여 곳이 동참한 가운데 7일 오후 대구 수성구 범어동 에브리데이 마트 종업원이 일제 마일드 세븐 담배를 반품하기 위해 꺼내고 있다. 이 마트에는 입구와 담배판매대,맥주코너,음료코너에 ‘우리 마트는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가 적힌 안내문을 붙혀 놓았다. 박영제 기자 yj56@kyongbuk.com
일본의 수출규제품목을 취급하는 경북·대구지역 기업들은 단기적인 손실에 활로를 찾으면서도 향후 일본 수출규제의 확대와 장기화에 따른 경영악화를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수출규제가 장기화로 이어지면 타격을 줄이기 위한 대기업이 제품생산량을 줄일 수 있고, 관련 부품을 생산·납품하는 밴드업체가 자금난 등 경영악화를 겪을 가능성도 커지기 때문이다.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따라 촉발된 일본 경제보복 사태에 이어 국내에서 일본기업 불매운동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등 한일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 경제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이유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에 이어 다양한 분야에서 한일 무역분쟁이 벌어질 가능성 또한 제기되고 있다.

한국 측의 적절한 대응이 없으면 수출 관리에서 우대하는 국가 중 한국을 제외하고, 일부 공작기계와 탄소섬유 등 수출규제를 다른 수출품목으로 확대할 수 있다는 일본 언론보도가 나왔기 때문이다.

전체 수·출입 대상 국가 중 일본이 3∼4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수출규제가 강화된다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 내 자동차 부품 생산업체 한 간부는 “수출규제가 장기화하면 전체경기가 침체할 수밖에 없다”면서 “대기업, 중견기업이 지역 공장을 철수할 수 있고 관련 업계에 피해가 속출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기준으로 경북·대구지역의 일본 수출액은 전체 수출액 가운데 10% 수준으로 비중이 적지 않다. 전체 수출액(3052억858만 달러) 가운데 경북(28억4475만5000달러)과 대구(5억2489만6000달러)가 각각 9.31%, 1.71%를 차지했다.

수입비율은 5.28%로 전체 수입액(546억374만9000달러) 중 경북(22억1863만5000달러)이 4.06%, 대구(6억7080만 달러)가 1.22%로 집계됐다.

앞서 일본 수출규제로 타격이 예상된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대기업은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KEC 등 10여 개 업체다. 중소기업까지 포함하면 100여 개 업체에 이를 것으로 전해진다.

구미상공회의소는 대부분 기업이 쌓아둔 재고와 수입경로 확대로 생산을 이어나갈 수 있지만, 장기화에 따른 대책은 필수라고 밝혔다.

구미상공회의소 김달호 조사부장은 “지역 밴드업체들은 일본 정부의 규제로 인한 대기업 생산 차질과 이로 인한 자금난을 우려하고 있어 지원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품 소재 산업을 지역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으며 더는 정치적인 논쟁이 경제문제로 확산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은 지난 4일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필름), 리지스트(반도체 기판 제작 재료), 에칭가스(반도체 세정에 쓰이는 불화수소) 등 3개 품목에 대해 수출규제조치를 내렸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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