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등 3개 품목 수출 규제 조치를 풀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급히 일본행 비행기를 타던 7일 귀를 의심케 하는 여당 의원들의 발언이 이어졌다. “한국 내에는 분명히 일본을 평균 이상으로 특별히 좋아하는 부류가 있어 보입니다. 이런 부류가 한국사회 내 힘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인 듯 하구요.”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일본을 평균 이상으로 좋아 하는 부류들의 일관성’이란 제목으로 7일 사회관계망(SNS)에 올린 글이다. 박 의원은 일본의 수출제한 조치에 대해 정부와 여당의 미흡한 대비를 비판하는데 대해 반감을 나타냈다.

박 의원의 ‘일본을 평균 이상으로 좋아하는 사람’은 지난 3월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해방 이후 반민특위(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로 국민이 분열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라고 당 회의에서 언급한 발언에 대해 민주평화당이 “토착왜구 나경원을 반민특위에 회부하라” 공식 논평한 것을 연상케 한다. 일제 강점기 일본 앞잡이 노릇을 한 고위 관료나 일본을 위해 선동하는 사람과 단체를 ‘토왜(土倭)’라 했는데 ‘토착왜구’는 이를 풀어 쓴 것이다.

같은 당의 일본 경제보복 대책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재성 의원도 “이 정도 경제 침략 상황이면 의병을 일으켜야 할 일이다. 정치인들이 주판알만 튕길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대 일본 경제보복 특위 위원장을 맡고 있는 국회의원의 발언이어서 더욱 놀랍다. 두 의원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 여당을 비판하는 것은 ‘일본을 평균 이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며 지금은 ‘의병’을 일으켜야 할 만한 시기라는 것이다.

박 의원은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에 ‘토착왜구’라는 친일 프레임을 씌워 재갈을 물리려 하고 있다. 또 최 의원은 국민이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나 반일 시위에 나서라고 언동하는 꼴이다. 이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놓아 놓은 틀에 제 발로 뛰어드는 격이다. 보복조치를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핑곗거리만 될 뿐이다. 일부 정치인들의 엇나간 민족주의 선동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악화시킬 뿐이다. 섣부른 감정적 대응보다 냉철한 전략을 세워 일본에 대응해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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