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이주여성인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30대 남편이 구속됐다. 지난 4일 이 30대 남편은 베트남 출신 아내를 약 3시간 동안 자신의 집에서 주먹과 발, 소주병 등으로 폭행한 혐의다. 이 폭행으로 아내는 갈비뼈 등이 골절돼 전치 4주 이상의 진단을 받고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서 그는 “아내가 한국말을 잘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폭행했다고 밝혔다.

구속에 앞서 30대 남편이 베트남 이주 여성을 무차별 폭행하는 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공개되자 엄벌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공분을 사고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8일 또 람 베트남 공안부 장관과 만나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사건이 발생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철저히 수사하고 피해자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또 이낙연 국무총리도 같은 날 베트남 고위 인사들과 잇달아 만나 베트남인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한국인 남성의 행동에 대해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우리 사회의 일원인 결혼 이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이 심각한 문제다. 우리는 경제적으로 잘살게 됐고, 인권 의식이 어느 정도 높아졌다. 그러나 가정에서 은밀히 자행되는 여성·아동 폭력은 여전하다. 특히 엄밀하게 자행되고 있는 결혼 이주여성들에 대한 남편의 폭력은 심각한 문제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결혼이주여성 10명 중 4명이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다. 결혼이주여성 92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387명, 42.1%가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들 이주여성들은 폭행과 성적 학대, 욕설에서 부터 흉기 협박까지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부터 약 10년 간 국내에서 폭행 등으로 숨진 결혼이민 여성이 19명이라는 통계도 있다.

결혼이민 여성에 대한 폭력을 줄이기 위해 여러 조치가 취해지고 있다. 지자체들이 상담 전화를 개설하고, 폭력을 당하거나 갈 곳 없는 결혼이주민을 위해 쉼터를 운영하고 있다. 외국인 신부를 맞는 남성에게 문화 다양성, 인권, 가정폭력 방지 교육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조치만으로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폭력 근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무엇보다 외국인과 이주민들에 대한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것이 과제다.

경북의 경우 지난해 연말 기준 결혼이민자와 귀화자가 1만3990명이나 된다. 우리 국민인 이민 여성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8일 구속된 30대의 경우 2살 아들에게도 폭력을 휘두르는 등 죄질이 매우 나쁘다. 결혼이민 여성에게 가하는 폭력에 사회가 관대하지 않음을 보여야 한다. 일벌백계 차원에서라도 엄중 처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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