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 광주세계수영대회 관람권 강매·세금 충당으로 논란
"세계육상대회 지원에 보답…추가 비용 발생 않도록 협조 요청"

스포츠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지난달 중순 해당 종목 협회로부터 한 장의 공문을 받았다.

오는 12일부터 열리는 2019 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 대회에 참가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참가비용을 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2만 여 원을 지원해 주겠다는 것이다.

B체육단체 사무장은 최근 여수대회 참여자 모집에 이어 추가비용 부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구시체육회 차원의 체제비 지원이 원할하게 이뤄지지 않아 자체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사무국장은 “체육회도 정신이 없어 논의할 여건조차 되지 않는다”며 “무리하게 이럴 필요까지 있는지 모르겠다”고 고개를 가로지었다.

국제 스포츠 대회에 여전히 구태의연한 관중동원이 이뤄져 논란이 되고 있다.

특히 행정력이 동원돼 표를 강매하거나 사실상 세금으로 구매하는 것은 물론 동원된 관람객들에게 편의까지 지원해 비판을 부추기고 있다.

대구시는 9일 현재 산하 기관 등에서 2019 광주FINA세계수영선수권 대회 관람권 6200여 장를 구매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부분 시 체육회와 각 구·군, 공사 등에서 구매가 이뤄졌으며 시 체육회는 5000여 매을, 각 구·군에서 472매를 구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매 비용은 시 체육회의 경우 자체 유보금과 일부 기업체 후원금으로, 구·군은 자체 예산으로 충당했다.

관람권이 장당 2만 원에서 5만 원이며 평균 3만 원에 구매한 것으로 알려져 전체 관람권 구매비용만 총 1억 8000여만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기업 후원금을 유치했지만 시 체육회 예산이 세금으로 충당되는 만큼 관람권 구매 비용에 세금이 포함될 수밖에 없는 점이다.

관람권 구매를 위해 시는 지난 5월 17일 각 구·군 담당자들을 모아 입장권 구매와 관람지원을 위한 회의를 연 것도 구설수에 올랐다.

말이 협조를 위한 회의지 사실상 표 구매를 강요한 것에 불과하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한 구청 관계자는 “강압적인 분위기는 없었지만 듣는 사람 입장에서 협조하지 않을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관람권 배분방법도 빈축을 사고 있다.

시는 구매한 관람권을 저소득층 등에 무상으로 배분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일부 구청을 제외하고는 동원에 가깝다.

당장 시 체육회는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참가자를 모집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힘들다는 이유로 가맹단체를 대상으로 단체 참가자를 모집했다.

가맹단체만 공문을 보내 지난 5월부터 참가자를 모집했고 지난달 초 1차 견학팀을 모았다.

단체 모집에 기댈 수밖에 없다 보니 광주까지 교통비와 식대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당연히 추가 예산이 소요되며 단체 관광에 대비해 여행자 보험 가입 등 만일의 사태까지 고민해야 한다.

일부 구청의 경우 저소득층을 모집하고 있지만 대회가 촉박해 일부 구청은 직원들이 참가하기로 결정했다.

직원들이 단체로 참관하면 구청 버스를 이용, 불필요한 예산이 추가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말을 아끼면서도 시 체육회 역시 불만이 없는 것은 아니다.

시 체육회가 실무를 모두 도맡으면서 사실상 업무가 마비됐으며 문제가 생길 경우 모든 책임을 떠 안아야기 때문이다.

한 체육계 인사는 “말은 협조라고 하지만 구매 실적 등을 파악하고 있는 것 자체가 강매 아니냐”며 “모든 실무와 책임은 다른 곳에 떠 넘기고 시가 뒷짐 지고 구경 만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는 광주와 달빛 동맹을 맺고 있으며 지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지원을 받았던 만큼 순수한 마음으로 도와주려는 것 뿐이었다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평창올림픽 때도 전 국가 차원에서 지원을 했다”며 “광주에 도움을 많이 받았고 교류가 늘어나는 등 특별한 관계도 고려됐다”고 밝혔다. 또 “교통비 등 추가 비용은 참가자들이 자체적으로 해결 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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