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곳을 가리는 행위’를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피부 미백이 유행하면서 ‘화이트 워싱’의 원래 뜻을 변형해 피부를 희게 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비백인 역을 백인이 맡는 것을 ‘화이트 워싱’이라 부른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이 성행하기 시작한 20세기 초부터 ‘화이트 워싱’은 일반적인 일이었다. 고증의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경우 영화에서의 주연배우는 전부 백인이었다. 그러다 21세기 들어 ‘화이트 워싱’이 비판받기 시작했다.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영화나 인형, 애니메이션에서 이 같은 인종주의적 장벽들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가운데 비키니 차림으로 여성의 성 역할을 고정 시키고, 금발에 흰 피부의 백인 우월주의 논란을 빚은 바비인형이 먼저 변신했다. 1968년 흑인바비 ‘크리스티’가 탄생한 것이다. 하지만 백인 외모는 그대로 두고 피부 색깔만 바꿔 흑인들의 반발을 샀다. 1997년에는 오레오 쿠키처럼 속은 하얗고 겉은 까만 일명 ‘오레오 바비’를 만들어 흑인들의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1989년 탄생한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주인공 에리얼도 변신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에리얼’은 붉은 머리칼의 백인이다. 그런데 디즈니 애니메이션 실사영화 주인공에 흑인이 캐스팅 돼 이야깃거리다. 19세 흑인 가수 겸 배우 할리 베일리가 주연으로 발탁됐기 때문이다.

“꿈이 이뤄졌다”는 할리 베일리의 트위터 소감에 “안데르센 원작 동화 인어공주는 덴마크가 고향인데 흑인 인어공주라니, 말도 안된다”, “당신이 나의 에리얼을 망쳤다”는 등의 비난이 잇따랐다. 이 같은 논란이 일자 디즈니 측이 산하 채널 ‘프리폼’ 인스타그램에 ‘가엽고 불행한 영혼들에게 보내는 공개 편지’라는 제목의 반박 글을 올렸다.

“에리얼은 바닷속 왕국에 살고, 원하면 언제든 헤엄쳐 갈 수 있기에 덴마크 인어도 흑인일 수 있다. 이 탁월한 캐스팅을 그저 만화와 닮지 않아서 납득하지 못한다면 그건 당신 문제다”고 했다. 이제 인형에서부터 애니메이션 영화에 이르기까지 전 영역에서 ‘화이트 워싱’ 인종주의 벽이 허물어지고 다양성을 반영한 문화 융합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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