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연 이문희 박사, 핵심 부품·소재 자립화 기반 지원 필요

일본 정부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주요 소재 한국 수출 규제 강화로 인한 경북·대구지역 피해가 미풍에서 태풍으로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에 이어 탄소섬유와 공작기계 등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일본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구미 국가 5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탄소산업 육성에 나선 구미시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경상북도는 10일 구미상공회의소에서 도내 기업에 대한 영향을 파악하고 피해 최소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긴급회의를 가졌다.

회의에는 경상북도와 구미시, 대구경북연구원, 구미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 (재)경북경제진흥원, 구미전자정보기술원, 경북신용보증재단, 기업체 대표 등이 참석했다.

대구경북연구원 산업혁신연구실 이문희 박사는 “수출제한 3개 품목은 지역 반도체, 디스플레이, 스마트 폰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며“지난해 경북의 무선통신기기, 평판디스플레이, 반도체 수출액은 120억4000만 달러로 경북 전체 수출액(409억1000달러)의 약 29%를 차지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의 수출 규제로 스마트 폰과 디스플레이를 주력으로 하는 구미 지역 기업이 받을 영향은 단기적으로는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하지만, 장기화할 경우 초프리미어급 스마트 폰 출시 차질 등 지역 IT산업 성장을 둔화시킬 우려가 있다”며“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 의존도가 높은 핵심 부품·소재·장비 등을 선정해 자립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구는 인쇄회로 수출이 3억700만 달러 수준으로 대구 전체 수출액의 3.8%에 해당해 상대적으로 영향이 적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는 “에칭 가스 및 포토레지스트 공급 부족이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지만, 경북 지역에 주는 영향은 부분적일 것”이라면서도“플루오린 폴리이미드 경우는 공급처를 확보하지 못하면 평판디스플레이 수출 부진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구미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구미 지역 A업체는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한 3개 소재 모두 사용하지만, 중국, 미국으로 수입국을 다변화했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를 사용하는 B 업체는 규제품목을 국산화해도 생산물량이 충분히 나오지 않는다며 회사 차원의 대응방안 마련은 힘들다고 밝혔다.

에칭 가스를 사용하는 C 업체는 2개월 재고가 있어 당장은 피해가 없지만 수출 규제가 90일 이상 지속하면 생산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리지스트를 사용하는 D 업체는 말레이시아에서 수입할 수 있다.

나머지 업체들은 LG, 삼성 등 대기업 생산물량을 주시하면서도 자세한 사항은 영업비밀을 이유로 말을 아끼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하면 피해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가능성이 크다.

경상북도와 구미시는 비상대응 모니터단 운영과 중소협력업체 자금난 등의 피해가 확산될 경우 기관별 운전자금 등 금융지원사업 우선 지원 및 금융기관 상생 협력자금 지원 등을 논의했다.

또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도내 주력산업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자체 부품·소재 기술개발을 위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지속해서 확대해 나감과 동시에 정부의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 전략 발표에 대응해 구미지역을 중소기업 중심의 시스템 반도체 제조혁신지역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이철우 경상북도지사는 “일본은 오랫동안 준비를 해왔고 우리는 설마 그런 일이 있겠느냐 안일하게 대응한 것이 사실”이라며“제일 중요한 것은 현재 실태 파악으로 철저한 분석과 대응으로 정부가 잘못해서 기업이 손해 보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앞으로 중앙정부의 장단기 대책에 발맞춰 해당 기업들과 관계기관이 함께 지혜를 모아 지자체 차원의 지원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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