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직을 통솔하고 관리하는 지휘자가 되길 원한다. 이런 열망 때문에 자기능력으로 감당할 수 없는 자리까지 오르게 되는 사람이 많다. 그 때문에 조직의 높은 자리는 무능한 인물로 채워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직이 무능한 자로 채워지는 불합리한 현상을 캐나다 심리학자 피터가 주장 ‘피터의 법칙’이라 한다.

무능한 사람이 리더가 되었을 때 조직 안에 ‘노(No)’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조직에 큰 위기가 닥친다. 역사적으로 발라클라바 전투가 좋은 사례다. 발라클라바전투는 크림전쟁에서 영국과 러시아가 벌린 전투다. 당시 영국에는 돈을 주고 벼슬을 사는 매관매직이 허용되어 과시하기 좋아하는 귀족들 중에 군 장교직을 돈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았다. 영국군 총사령관 대글런 경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다.

1854년 10월 1만1000명의 러시아군이 영국-프랑스-터키 연합군의 병참기지를 향해 진격했다. 터키군의 패퇴로 다급해진 영국군 총사령관 대글런 경은 황당하고 모호한 명령을 내렸다. 장교 부인들에게 둘러 싸여 노닥거리던 대글런 사령관은 터키군이 도망간 줄도 모르고 스칼렛 장군에게 300명의 기병을 데리고 가 터키군을 지원하라 명령했다. 스칼렛 장군은 “명령은 명령이다”라는 단순한 생각으로 300명밖에 안 되는 소수의 기병을 이끌고 4000명이 넘는 러시아 병을 향해 무모한 돌진을 감행했다. 스칼렛 장군은 호랑이 입으로 자진해서 들어가는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임을 알고 있었지만 사령관 명령이니 따르라며 돌격 앞으로를 외쳤던 것이다. 호구로 돌입한 발라클라바 전투는 영국 역사상 ‘가장 졸렬한 전투’로 기록됐다. 영국군 기병 51%가 전사한 처참한 패배였다. 발라클라바전투는 윗사람의 지시를 자신의 판단 없이 받아들였을 때 얼마나 어처구니없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손자는 “임금의 명이라도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며 ‘군명유소불수(君命有所不受)’를 강조했다. 적보다 더 무서운 것이 내 편에 있는 무능한 지휘관이다. 군과 안보체계를 핫바지로 만든 북한 목선 귀순 사건은 군과 국방조직에 ‘피터법칙’이 도사리고 있음을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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