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1심 판결 뒤집어

1974년 중앙정보부가 울릉도 주민들과 일본 농업 연수를 다녀온 47명을 불법 구금하고 고문해 간첩 행위에 대한 허위자백을 하게 해 조작한 ‘울릉도간첩단조작사건’에 연루된 A씨는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돼 1975년 4월 8일 무기징역형을 확정받았다. 1963년 11월부터 3년간 울릉군에서 북한의 간첩으로 활동하는 3명의 간첩활동과 잠입을 방조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특전사령부에서 부사관으로 근무하던 A씨는 1976년 4월 30일 강제 전역 처분을 당했다.

그런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결과 등으로 당시 수사관들의 불법구금, 가혹 행위 등의 범죄사실이 증명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 A씨 아들이 재심을 청구했고, 2014년 10월 법원은 무죄판결을 선고했다. 이듬해 10월 29일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확정했다.

이를 근거로 A씨 조카는 국가를 상대로 위자료배상을 청구했다. 국가는 강제 전역 처분일로부터 5년이 지나서 손해배상책임에 대한 민법상 소멸시효 5년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대구지법 제8-2민사부(김대규 부장판사)는 원고 패소한 1심판결을 뒤집고 “5000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는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원고에게 이 사건 강제 전역 처분으로 인해 입은 손해 중 원고가 구하는 위자료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심무죄판결 사실을 알게 된 때에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와 가해자를 알게 됐다고 보이고, 재심무죄판결이 확정된 2015년 10월 29일에서 3년 이내인 2018년 5월 2일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소멸시효가 완성됐다고 볼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재판부는 “국가공무원들의 반인권적, 조직적 불법행위로 야기된 원고의 숙부가 강제 전역을 당했고, 이후에도 간첩의 가족이라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받은 정신적 고통이 상당하다”며 “재심무죄판결 선고 때까지 40년 가까이 장기간 계속된 점 등을 고려하면 원고에게 지급할 위자료 금액은 5000만 원이 적당하다”고 판시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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