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미국에도 부정적 영향", 폼페이오 "이해"…美 역할 기대
김현종, 美 행정부 관계자들에 日 조치 부당성 집중 부각할 듯
우리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미국 측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본격화 하고 있지만 외교가의 분석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일 공조가 약화되면 미국 입장에선 난처해질 수 밖에 없어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는 메시지를 양국에 전달할 가능성이 있지만 직접 사태에 뛰어들어 중재에 나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외교소식통들은 일본이 추가 제재로 간다든가 과도한 조치를 강행 할 경우에는 일본과의 교섭을 통해 해결안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실제 미 국무부 관계자는 지난 8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서 “미국은 일본·한국 모두에 대한 동맹”이라고 강조하며 “양국 간 혹은 3국 간 강력하고 친밀한 관계를 확실히 하는 것이 북한을 포함한 공동의 역내 도전 과제와,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의 다른 우선 사안들에 직면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일본의 조치가 한국은 물론 미국 등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이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강경화 장관은 지난 10일 밤 폼페이오 장관과 통화에서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가 한국 기업에 피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 체계를 교란시킴으로써 미국 기업은 물론 세계 무역 질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이는 한일 양국 간 우호·협력 관계 및 한미일 3국 협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이해를 표명했으며, 향후 한·미·한·미·일 간 각급 외교채널을 통한 소통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김현종 차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을 전격 방문했다.
김 차장은 방미 기간 카운터파트인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 회의(NSC) 부보좌관을 비롯한 미 행정부 관계자들과 의회 인사들을 만나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수출규제 강화에 대해 대북제재 이행과의 연관성까지 시사하고 일본 측이 불화수소(에칭 가스) 등 전략물자의 대북반출 의혹까지 거듭 제기한 상황에서, 이런 의혹이 ‘근거 없다’는 점도 미국 측에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르면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진들 역시 미국과 일본으로 파견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 국장은 이날 워싱턴DC에 도착, 11일(현지시간) 롤런드 드 마셀러스 국무부 국제금융개발담당 부차관보, 마크 내퍼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 등과 회동할 예정이다.
한미 고위급경제협의회를 준비하기 위한 방미지만, 일본의 보복조치도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