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미국에도 부정적 영향", 폼페이오 "이해"…美 역할 기대
김현종, 美 행정부 관계자들에 日 조치 부당성 집중 부각할 듯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1일 오전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예산·결산소위에 출석, 회의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
일본의 수출규제 제한조치로 한·일 간 갈등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데다 일본이 수출규제 배경으로 연일 ‘안보위협’을 거론하면서 미국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에 맞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등이 미국 측에 협조를 요청하는 등 외교적 노력을 본격화 하고 있지만 외교가의 분석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미·일 공조가 약화되면 미국 입장에선 난처해질 수 밖에 없어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는 메시지를 양국에 전달할 가능성이 있지만 직접 사태에 뛰어들어 중재에 나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다른 외교소식통들은 일본이 추가 제재로 간다든가 과도한 조치를 강행 할 경우에는 일본과의 교섭을 통해 해결안을 찾을 수도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실제 미 국무부 관계자는 지난 8일 ‘미국의 소리(VOA)’ 방송에서 “미국은 일본·한국 모두에 대한 동맹”이라고 강조하며 “양국 간 혹은 3국 간 강력하고 친밀한 관계를 확실히 하는 것이 북한을 포함한 공동의 역내 도전 과제와, 인도태평양과 전 세계의 다른 우선 사안들에 직면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일본의 조치가 한국은 물론 미국 등 전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이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강경화 장관은 지난 10일 밤 폼페이오 장관과 통화에서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가 한국 기업에 피해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 체계를 교란시킴으로써 미국 기업은 물론 세계 무역 질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이는 한일 양국 간 우호·협력 관계 및 한미일 3국 협력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폼페이오 장관이 이해를 표명했으며, 향후 한·미·한·미·일 간 각급 외교채널을 통한 소통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외교부 일본 담당인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이 일본 니가타에서 열리는 일본지역 공관장 회의 등에 참석하기 위해 11일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하고 있다.연합
김현종 차장은 10일(현지시간) 미국을 전격 방문했다.

김 차장은 방미 기간 카운터파트인 찰스 쿠퍼먼 백악관 국가안보 회의(NSC) 부보좌관을 비롯한 미 행정부 관계자들과 의회 인사들을 만나 일본 수출규제 조치의 부당성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수출규제 강화에 대해 대북제재 이행과의 연관성까지 시사하고 일본 측이 불화수소(에칭 가스) 등 전략물자의 대북반출 의혹까지 거듭 제기한 상황에서, 이런 의혹이 ‘근거 없다’는 점도 미국 측에 전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도 이르면 다음 주 미국을 방문해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진들 역시 미국과 일본으로 파견돼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김희상 외교부 양자경제외교 국장은 이날 워싱턴DC에 도착, 11일(현지시간) 롤런드 드 마셀러스 국무부 국제금융개발담당 부차관보, 마크 내퍼 한국·일본 담당 동아태 부차관보 등과 회동할 예정이다.

한미 고위급경제협의회를 준비하기 위한 방미지만, 일본의 보복조치도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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