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 본사 갤러리에서 이달 30일까지 열리고 있는 ‘조선화인열전-인(人), 사람의 길을 가다’ 전시회에 띄어쓰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이 허다하다. 사진은 ‘분청사기철화 시(詩) 명병(銘甁)’에 써져 있는 시를 풀어서 전시장 벽면에 써 놓은 모습.
포스코 포항 본사 갤러리에서 이달 30일까지 열리고 있는 ‘조선화인열전-인(人), 사람의 길을 가다’ 전시회에 띄어쓰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이 허다하다. 사진은 ‘분청사기철화 시(詩) 명병(銘甁)’에 써져 있는 시를 풀어서 전시장 벽면에 써 놓은 모습.

 

“여뀌 강물 서편으로 흘러서 가고 푸른 술잔 하루 해는 다시 저문다./ 낯선 땅 서 잔치하며 함께 즐기니 어디메 가바로 서울이런가./ 누각 경치 산수에 임하여 있고 마을안개 포구모래 둘러서있네./ 미친 노래 빼어난 경치 만나니 천지가 다름 아닌 내 집이로다./ 어드메 봄이 하마 깊었던 가부귀의 집안에 봄이 깊었네./ 눈앞의 괴로운 일 무엇이던고 서녘에 해가지니 다만괴롭네.”

지난 6월 26일부터 이달 30일까지 포스코 포항 본사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조선화인열전-인(人), 사람의 길을 가다’ 전시회에 나온 ‘분청사기철화 시(詩) 명병(銘甁)’에 써져 있는 시를 풀어서 전시장 벽면에 써 놓은 것이다. 주병의 몸체에 철화로 써 놓은 시를 풀어 쓰면서 '땅 서', '어디메 가바로', '마을안개', '포구모래’, '둘러서있네', '깊었던 가부귀의', '해가지니 다만괴롭네' 등 띄어쓰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이 허다하다. 시'의 풀이도 컴퓨터 번역기로 흘린 듯 운치 없게 해 놓아서 관람객들이 감흥은커녕 무슨 말인지도 모를 지경이다. 전시장에 써 놓은 다른 설명문에도 이렇게 띄어쓰기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다.

전시회에 나온 미수 허목의 서예 작품 ‘낙천지명(樂天知命)’에는 낙관이 오려 붙여져 있고, 낙관이 없는 작품, 소장처를 밝히지 않은 작품 등이 전시되고 있지만 자세한 설명을 찾아볼 수 없다. 조선 시대 유명 화가와 명필, 역사 속 인물들의 그림과 글씨 등 격조 높은 문화 유물, 그야말로 ‘화인열전’이라 이름 붙인 전시회가 이 지경이다.

포스코가 전시회 서문에 쓴 것처럼 ‘미래 백년기업을 향한 재도약 원년을 기념하고, 포항시 시 승격 7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경북 최초 조선 시대 진품 명작 특별전’인데 이래서야 되겠나 싶다. 포스코는 포항 전시에 앞서 서울에서 이미 이 전시를 했다. 지역에서 하는 전시라서 이렇게 무성의하게 하는 것인지, 기획자의 전문성 부족인지 의문이다. 13일에는 탁현규 전 간송미술관 학예연구원이 효자아트홀에서 ‘조선 시대 옛 그림 이야기’ 특강도 했다. 이런 의미 있는 전시회인데 전시 중반이 지나도록 바로잡아지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기업 포스코의 수준이 이래서야 되겠나 하는 유감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